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 매매대금 소송 '사실상 승소'
FI 동반매도청구권 행사 가능성…두산 "후속조치 준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둘러싼 소송에서 대법원이 재무적투자자(FI)들의 손을 들어줬던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사실상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8000억 우발채무' 문제가 일단락 지어지면서 두산 그룹의 '3조 자구안' 달성 및 경영정상화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대법원 제3부는 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 등 DICC의 FI들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낸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2015년 DICC 지분 20%를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펀드 등 FI들은 두산인프라코어가 2011년 지분을 넘길 당시 약정과 달리 기업공개(IPO)를 시한 내 하지 못했고, 이후 지분을 묶어 파는 동반매도청구권 행사에서도 실사 등에 비협조적이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인수 진정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두산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두산인프라코어가 DICC 지분 매각 작업에 비협조적이었던 사실 등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FI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방해 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해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돼야 한다"며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의성실에 반했다고 본 원심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만약 상고심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패소했다면 FI로부터 지분을 되사야 해 약 8000억원의 우발채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진행 중인 두산으로선 주력 계열사를 매각했음에도 들어오는 현금이 없어 자구안 이행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었지만 이같은 사태는 피한 것이다.
다만 두산이 10년 전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IPO 실패에 따른 동반매도청구권은 그대로 남아 있다. FI측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DICC를 제3자에 매각할 수도 있으며 두산이 이를 다시 사오려면 수천억원의 자금이 든다. 자구안 이행을 서둘러야 하는 두산으로선 FI와의 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모든 시나리오를 분석해 매각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된 면이 있다"면서 "후속 조치를 준비할 것이고, 매각과 관련한 딜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1조원 규모로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두산그룹은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달성하게 된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연말 두산인프라코어와 인수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이달 중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지난 4월 자구안을 제출해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 받은 두산은 8개월여만에 모트롤사업부,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등을 매각해 총 2조2096억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경영정상화 및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두산그룹은 자산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 중 1조3000억원을 두산중공업에 투입해 경영 정상화를 마무리 짓고 '친환경에너지기업'으로의 체질 변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