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돌파 후 외인·기관 매도세에 하락...외인 올들어 1조원 순매도
“연준 정책 등 시장기대 못 미칠 것...달러화 약세 종료 대비해야”
코스피가 사상 첫 3000 고지를 넘어섰지만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시들해지면서 최고가 랠리가 더 펼쳐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상반기까지 달러화 약세 기조를 전망하면서도 하반기에는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또 한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전년보다 낮아진 것도 원화 약세 전환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36포인트(0.75%) 내린 2968.21에 마감했다. 299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장 개장 직후 3000선을 넘어섰고 장중 한 때 3020선까지 올랐지만 외국인·기관의 거센 매도세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개인투자자가 2조24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은 차익실현에 나서며 각각 6659억원, 1조374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2.0원 내린 1085.6원에 마감했다. 증권가는 올해에도 달러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순매수 강화를 이끌어내는 요인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와 같이 대부분의 조건이 달러화 약세를 지지하는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정책 스탠스와 시장 기대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약달러 추가 진전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면서 달러화 약세 폭이 확대됐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연준 정책이 추가 완화를 기대하는 시장 심리에 미치지 못해 약달러 압력을 완화시킬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3월 이후, 미국이 추가 경기부양책 없이 재정정책을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작년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된 달러화 약세는 점차 종료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박 연구원은 “동시에 글로벌 주식시장의 역사적 고점 경신 과정도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며 “반면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과 함께 미국 재정정책 추가 확대가 이뤄질 경우 달러화 약세는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현재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중반까지 추가 하락(원화 강세)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 상승률과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률은 역사적으로 밀접하게 연동된다. 다만 속도에 대한 부담이 부각되며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박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상반기 중 105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경우,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률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대로 상승하게 된다”며 “이는 수출기업 이익에 대한 환율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을 의미해, 과도한 추세 전개에 따른 정점 형성 위험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11~12월 2개월 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원 가량을 순매수했지만 올해 들어선 1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필요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등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지난달 31일 22.75에서 최근 25대로 올라섰다. 이는 시장이 향후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을 중장기 관점에서 결정할 변수는 주식시장 내재 변동성과 달러화 방향성, 경기 개선 기대감 등이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위해선 미국 주식시장 변동성 완화가 선행 조건으로, VIX 추가 상승 여부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올해 원화 강세 기조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먼저 한국의 유동성 환경이 원화 약세를 지지하고 있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점차 낮아질 것이란 측면에서다. 수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원화 강세를 예상하기엔 지난해와 달리 올해 국내 경기 기대감이 너무 낮다는 평가다.
최강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의 약세와 이와 연동된 투자 자금의 한국 유입은 다른 의미”라며 “지난해는 한국 원화와 신흥국시장(EM)통화 간의 디커플링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오히려 원화의 변동성 완화와 EM통화의 타 국가와의 갭 메우기 출현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한국의 단기 자금 우위 환경에 의해 원화 약세 전환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또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경기성장 기대를 가지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의 회귀라는 것은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도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률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