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과도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살펴달라" 호소
재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기업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항들을 반영해줄 것을 국회에 호소했다. 법안 통과를 저지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사업주들이 무작위로 징역형에 처해질 상황에 내몰리는 것만이라도 막아야겠다며 마지막 호소에 나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0개 경제단체들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경영계가 뜻을 모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제정을 합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대체 ▲사업주 처벌을 ‘반복적인 사망사고’로 한정 ▲사업주가 의무 이행시 면책 등 3가지 사항을 반드시 반영해줄 것을 호소했다.
경제단체들은 먼저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바꿔 달라”면서 “산재사고는 과실범으로, 직접적 연관성을 가진 자보다 간접적인 관리책임을 가진 사업주에게 더 과도한 처벌 수준을 부과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 처벌은 ‘반복적인 사망사고’의 경우로 한정해 달라”면서 “일반적인 산재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고, 개선기회가 있었음에도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요구사항으로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해당 의무를 다했다면 면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경제단체들은 “경영계도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최소한 기업들이 과도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다시 한 번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여야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중대재해법 최종안을 확정·의결할 방침이다. 여기서 확정된 최종안은 8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앞서 여야는 전날 법안소위에서 중대재해법상 처벌 규정을 일부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경우 처벌 규정은 당초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이었던 정부안에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완화했다. 대신 벌금형과 징역형을 함께 선고할 수 있는 임의적 병과(倂科)를 추가했다.
법인에 대한 처벌은 근로자가 사망했을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 근로자가 부상을 입거나 질병을 얻은 경우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합의했다. 당초 정부안에 포함돼 있었던 벌금 하한선(사안별로 3000만원, 1억원, 5억원)은 삭제했다.
벌금 관련 처벌은 완화됐지만 최대 쟁점이었던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징역 하한선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징역)하한형이 남아있는 것 자체가 과잉처벌”이라며 “아무리 안전 대책을 철저히 해도 불가항력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경영책임자를 무조건 실형에 처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양옥성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역시 “사업장에서의 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는 일종의 과실치사인데 거기에 대해 마치 고의 살인과 같이 ‘징역 몇 년 이상’으로 하한형을 두는 것은 법체계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