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 안전보장' 있어 中 '대안'돼야"
동맹역할 확대로 中과 '세력균형' 이루면
비핵화·한반도 평화 추동 탄력받을 거란 관측
한국의 '역할 확대'를 통한 역내 한미동맹 영향력 강화가 '대북협상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미동맹이 역내에서 중국만큼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경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하는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구축에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9일 최종현학술원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바이든 행정부, 동북아와 한반도의 전략적 전환'이라는 주제로 공동진행한 화상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국 이외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이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전보장'이 무엇일지 "북중관계의 맥락 속에서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미관계를 논할 때 '중국과의 관계'라는 '맥락'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맥락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미관계에 있어 중국이 주요 변수로 거론되듯 북한 관련 논의에서도 중국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중국에 의존적인 경제가 "북한이 그리는 미래는 아닐 것"이라며 "북한이 대안을 창출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안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안전보장'이 가능한 수준으로 한미가 북한과의 관계를 깊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북한이 분명한 답을 요구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동북아에서 북중관계에 상응하는 힘과 영향력을 지닌 새로운 세력균형을 창출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 북한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려면, 한미동맹이 안전보장에 있어 북한에게 '중국 외의 선택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북한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미동맹이 중국에 대항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그는 "한국이 반드시 한반도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며 "더 이상 미적거려선 안 된다. 한국의 행동과 영향력을 매우 필요로 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세계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한미동맹이 중국에 대항해 세력균형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탤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미동맹은 우선 대북 상황변화에 집중해야 한다"면서도 "라오스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과 역내 국가들의 산적한 안보·경제 현안에 한국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국이 많은 압박 속에서 역내 관여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국내적 압박'은 물론 미중으로부터 '국제적 압박'까지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지금 한국은 매우 복잡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미국은 한국의 역내 관여를 돕는 과정에서 성급함을 보이거나 공감대 없이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