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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거면 왜 1년 끌었나…전기료·탈탄소·공론화 다 놓친 '9차 전력수급계획'


입력 2020.12.29 07:00 수정 2020.12.28 21:19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2050 탄소 중립'은 사실상 반영 안 돼

전기요금 인상, 연료비 연동제로 가속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충남 당진시의 한 태양광 발전단지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2020년부터 2034까지 15년간 국가 전력계획을 담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28일 최종 확정됐다. 원칙대로라면 이 장기계획은 지난해 이 시기 확정돼야 했지만 총선 등을 이유로 해를 넘겼다. 그러나 수립이 늦어졌음에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기요금 인상, 탄소증가 요인을 안고 있다. 여기에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가 '2050 탄소 중립' 의지 상실


9차 전기본이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 탄소 중립' 계획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9차 전기본을 확정 발표하며 "온실가스 감축은 금년말 UN에 제출 예정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연계해 이행방안을 구체화했다"면서 "2050 탄소중립은 차기계획에서 순차적으로 검토‧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NDC 이행 목표는 담았지만 대통령이 선언한 탄소 중립은 계획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9차 전기본은 NDC를 반영해 온실가스 배출량(전환부문)을 2017년 2억5200만t에서 2030년 1억9300만t으로 줄일 예정이다. 연도별 감소 추이 및 속도를 보면 사실상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배출량 '0')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다.


2050 탄소 중립 발목을 잡는 문제는 따로 있다. 석탄발전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화석연료인 LNG발전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9차 전기본에 따르면 석탄 발전 비중은 2019년 40.4%에서 2030년 29.9%까지 감축된다. 이에 반해 LNG발전 설비용량은 올해 41.3GW에서 2034년 58.1GW까지 급격하게 늘어난다.


LNG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당하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따르면 LNG 온실가스 배출량(2002~2018)은 ㎾h당 362g으로, 매년 평균 5300만t을 배출해왔다. 원자력발전(㎾h당 9g) 배출량의 40배다. 게다가 LNG는 낮과 밤마다 달라지는 태양광과 풍력 가동에 따라 수시로 껐다 켰다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연소로 생각보다 심한 대기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LNG발전은 여전히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원인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다만 "석탄발전 보다는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유연성 설비로서의 가능성과 브릿지 연료로서의 필요성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했다.


◇전기료 10% 인상 추정…"연료비 연동제로 가속화"


정부는 9차 전기본을 통해 2030년 전기요금 인상 폭을 2017년 대비 10.9%로 예상했다. 값비싼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을 늘리고 저렴한 원전과 석탄을 줄이면서 현실적인 요금 인상 요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9차 전기본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재생에너지 3020,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 그린뉴딜 계획 등을 반영해 올해 20.1GW에서 2034년 77.8GW로 약 4배 가까이 증가한다. LNG 설비용량 역시 같은 기간 41.3GW에서 58.1GW로 증가한다.


특히 정부가 내년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요금 인상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값싼 원전을 줄이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값비싼 LNG 비중을 높이게 되면, 연료비 연동 전기요금은 원유와 LNG 등 국제 연료 가격 인상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9년 원전 발전원가는 kWh당 56원, LNG 발전원가는 154.5원이었다. LNG 발전 원가가 원자력 발전의 약 3배다.


주 실장은 "지금 당장은 재생에너지가 석탄 등 다른 에너지보다 비쌀 수 있지만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고려하면 2028년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원보다 저렴해진다"며 "인상 요인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지만 장기적이고 기술적인 변화를 보며 확보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9차 전기본의 설비용량 비중 전망. ⓒ산업통상자원부
◇1년 끌었는데…국민 의견 내친 '방탄' 계획


9차 전기본은 한 해가 미뤄졌음에도 여론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정부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에너지업계와 시민단체에서는 8차 전기본 때와 같이 '날치기 통과'를 했다며 규탄에 나섰다.


우선 공청회 개최일이 12월 24일인 점이 도마에 올랐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어수선한 틈을 타 국가 전력수급계획 수립 과정에 국민 관심과 반발을 반감시키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이다. 전국 61개 대학 교수 225명이 가입한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산업부는 9차 전기본 공청회를 취소하고 계획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들 반발도 거세다. 원자력국민연대 등 8개 원자력 시민단체는 공청회를 앞두고 "9차 전기본 공청회는 기본계획 골자를 15분간 설명한 후 온라인 질의형식으로 개최되면서 충실한 의견 수렴을 회피할 우려가 높다"며 "지난 8차 전기본 공청회 때처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질타했다.


28일이 계획 확정일임을 고려하면, 최종 공청회와 계획 확정 간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의견 수렴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도 크다. 게다가 산업부는 이미 25일 보도계획에서 28일 확정이 기정사실로 정해졌고, 회의 안건도 전날인 27일 밤 이메일로 전력정책심의회 위원들에게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 실장은 "1년이 더 걸린 것은 맞지만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올해의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환경 등 여러 요인과 정합성을 맞춰가는 과정이 포함됐다"며 "이후 마련되는 10차 계획에서 새로운 여건이 반영된 계획을 충실히 담아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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