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9차 전기본, 원점서 재검토 하라"
"재생에너지 증설, 탈원전 비용 산정 안돼"
정부가 수립 중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9차 전기본)이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 탄소 중립' 실현 가능성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생에너지 증설, 탈원전 추진 비용을 산출하지 않아 향후 전기요금 인상폭을 가늠하기도 어렵게 됐다.
전국 교수진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22일 산업부가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9차 전기본 공청회를 성탄절 전날 개최하려 하는 것은 '날치기 공청'이라며 규탄했다. 에교협은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출범한 교수협의회로, 현재 61개 대학 225명이 가입해 있다.
에교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산업부는 오는 24일 예정인 9차 전기본 공청회를 취소하고 계획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어수선한 틈을 타 공청회를 유명무실하도록 계획한 것은 '불완전한' 국가 전력수급계획 수립에 국민의 눈과 귀를 닫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8차 전기본이 2017년 12월 27일 국회 보고, 28일 공청회, 29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원안대로 의결된 점을 상기해볼 때 이번 계획 또한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날치기로 의결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특히 이번 공청회는 온라인으로 개최돼 8차 때보다 더한 날림이 될 것은 자명하다"고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증설, 탈원전 비용 산정 하나도 안 됐다"
에교협에 따르면 현재 공개된 9차 전기본은 탈원전 정책 추진 비용이 적시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탄소 중립'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차 전기본은 긴 시간 수정·보완을 거쳤음에도 재생에너지 증설 계획에 따른 비용이 하나도 산정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조금, 보조발전설비 증설 및 유지 운영, 송배전망 확충, 전력저장 등 재생에너지 추진 비용을 모르면 향후 전력요금이 얼마나 오를지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에교협은 9차 전기본이 탈원전을 상수로 두고 원자력이 포함된 대안과 그 효과를 제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탈원전 추진에 따른 막대한 국익 손실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정적으로 9차 전기본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탄소 중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분석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합리적 대안에 대한 검토 없이 단순히 '석탄을 가스로 대체한다'는 과거 계획을 답습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에교협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향후 추가적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증설된 가스를 2050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지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기요금 변동 전망치 국민에게 제시하라"
"가스발전 증설·폐지 장기 계획도 명시해야"
에교협은 "9차 전기본이 추진될 경우 전기요금이 어떻게 변동되는지 국민에게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배출권거래제(ETS), 석탄 감축 비용과 시스템 비용(전력망, 보조발전소 건설 및 유지 운영, 전력저장 등) 등의 소요 비용의 정량화해 공개하고 검증 받으라는 것이다.
9차 전기본에는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온실가스 저감 계획'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에교협은 "추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들 가스발전 또한 대량 폐지해야 한다"며 "가스발전의 증설과 폐지에 대한 장기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전력수요의 2배 이상의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해 계획안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탈원전 추진에 따른 비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라고 강조했다. 에교협은 "온실가스 저감목표 달성을 위한 대안으로서 원자력의 이용, 즉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혹은 계속운전 허용에 대한 분석을 마땅히 해야 한다"며 "원자력을 이용할 경우와 이용하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 저감량과 소요 비용을 비교해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은 사업자 및 부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해 놓은 반면 신한울 3·4호기는 사업 주체가 분명하고 건설도 이미 10% 진행된 상태인데 불확실성을 이유로 제외한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열어 가칭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산업부 에너지 전담 차관을 두어 맡기기로 결론을 냈다. 에교협은 이에 대해서도 "탄소 중립을 전담할 부처에서 이와 부합하지 않는 장기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산업부는 본 수급계획을 취소하고 계획을 수정할 의사가 있는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