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공모주 개인물량 축소 검토...투자 열풍에 ‘확대’로 방향 선회
“내년 재보궐선거 앞두고 포퓰리즘에 정책 동원...일관성 훼손 우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증시 상승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동학개미의 입김에 따라 정책이 변화해 자본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잠재적 위험도 높아져 당국의 책임 있는 개편이 요구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8일 ‘기업공개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 기회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업계는 이러한 조치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청약증거금에 비례한 배정방식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참여 기회가 떨어진다는 불만에 따라 개편안을 내놨다.
개편의 핵심은 내년부터 IPO 과정에서 개인에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을 기존 20%에서 최대 30%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확대되는 10% 물량은 우리사주조합과 하이일드펀드 우선 배정 물량에서 확보한다. 다만 이는 증시 활황으로 공모주 투자 열풍이 거센 현 시장 상황에 맞춘 정책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이 거셌다.
우선 시장이 악화되면 주가 하락을 개인들이 받아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공모투자에서 단기·투기적인 성격이 짙어진 만큼 주가 변동성도 커지게 된다. 또 기관 배정 물량이 줄어 수요예측 경쟁이 더 심해지면 공모가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아 개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란 의견도 잇따른다. 실권이 생기면 증권사가 떠안아야하는 구조 역시 부담이다.
특히 불과 2년 전에는 축소를 검토했지만 개인투자자 여론에 따라 급하게 뒤집기를 했다는 부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은 “주식 배정 과정의 공적 규제를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증권사들은 일반 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비중을 줄여 달라고 요구해왔고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공모주 상장 후 주가 부진이 속출하자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공모주 배정분 축소에 대한 개선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2년 만에 주식시장 흐름이 크게 바뀌고 개인의 공모주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자 정책을 선회했다. 최근 전문가들은 일반 투자자 물량 확대에 대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전진규 동국대 교수는 지난달 열린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올해 공모주 투자 열풍은 개인 직접 투자가 증가하며 감성적인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라며 “이례적인 것이라 여기에 정책을 끼워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놓고 두 달 가까이 논란을 이어가다가 현행 유지로 일단락 된 것도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왔다. 당초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특정 종목 주식 보유액 기준은 올 연말 기준으로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질 예정이었다. 기재부는 그간 과세 형평성 등을 들어 예정대로 대주주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여당의 압박에 결국 현행 유지 방침으로 돌아섰다.
개인은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7967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9377억원을 순매수해 국내 증시에서 4조7344억원을 사들였다. 매년 12월은 대주주 주식 매도차익 양도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도세가 집중되는 시기다. 배당락일 이후 순매도가 강해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예년과 다른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말 증시의 변동성 리스크 가능성을 축소시킨 것은 긍정적이지만, 2017년에 이미 결정됐던 사안이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에 동원됐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인기를 의식해 정책 일관성과 공적인 대의를 훼손시켜, 오히려 투자자에게 혼란을 주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거래소가 빅히트의 주가 급락에 대해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한 일도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거래소는 지난 10월 빅히트의 상장 직후 급락 과정에서 대주주의 불공정 거래 관련 규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쏟아낸 매도물량으로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이 과정에서 시세 조종이나 내부자 정보 이용이 있었는지를 살피겠단 것이다. 거래소가 주가가 급락한 신규 종목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빅히트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빅히트 주식을 환불해달라’는 글과 함께 청와대에 청원을 제기하자는 글이 잇따라 게재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진 이후였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주가 급락에 대한 의혹만으로 이를 불공정거래와 연결시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 당황스럽다”며 “생색내기용 대응보다는 투자자들에게 먼저 공모주 시장의 고위험성과 특수성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