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이어 미국, 캐나다도 접종 시작
글로벌 백신 확보도 더디고 국내 자체 개발도 지지부진
제넥신·SK·진원생명과학 등 아직 개발 초기 단계
국내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로 급증하면서 백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K백신 개발은 해외 제약사들에 비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등이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인데, 여전히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5건 임상 모두 임상 1상에 진입한 상태다.
가장 먼저 임상에 뛰어든 제넥신은 진행 중이던 기존 후보물질이 효과가 떨어져 새로운 후보물질로 다시 임상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넥신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임상 1/2a상 후보물질 'GX-19'를 'GX-19N'으로 변경한 시험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제넥신은 GX-19가 임상 1상 데이터에서 해외 백신들보다 월등히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GX-19에 항원 단백질을 추가해 면역반응을 업그레이드한 GX-19N으로 '2세대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제넥신은 애초 이달 안에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었지만, 새로운 후보물질로 임상 1상부터 다시 시작하는 만큼 개발 성공까지는 시간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목표였던 내년 9월 조건부 승인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백신 개발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백신 후보물질 'NBP2001'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또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설치류·영장류 대상 효력 시험을 통해 중화항체와 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하는 방어 효과를 확인했다.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지난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 상태다.
이 밖에도 셀리드의 'AdCLD-CoV19'와 진원생명과학의 'GLS-5310' 등이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진원생명과학의 GLS-5310 임상시험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해당 백신의 안전성 및 면역원성을 평가하기 위한 1·2상 임상시험이다.
셀리드의 AdCLD-CoV19는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항원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 주형에 넣어 제조한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기전은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이 개발 중인 백신과 비슷하다.
국내 개발 지지부진한데… 글로벌 백신 접종도 빨라야 내년 3월에나 가능
정부가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여오겠다고 밝힌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은 총 5곳의 백신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이미 계약을 완료했고, 화이자·존슨앤드존슨-얀센(구매 확정서)·모더나(공급 확약서)와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를 통해 구매 물량을 확정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의료 국제기구들이 백신의 공정한 배분을 위해 만든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공급받기로 한 1000만명분의 코로나 백신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제품이다.
해당 제약사들과 백신 선구매 계약이 모두 성사되더라도 물량 조달, 국내 허가 등의 과정에 따른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접종은 빨라야 내년 3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가 코로나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가장 좋은 백신이라고 정부가 강조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코로나 사태를 끝내려면 결국 답은 백신에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유럽에 비해 백신 개발 경험이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투자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