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에 과천 전셋값 하락?…통계와 전혀 다른 현장 온도차
래미안슈르 전용 59㎡, 9억7000만원에 전세 거래
"전세매물 부족, 여느 지역과 다르지 않아…월세 매물 급증"
"임대차법으로 인해서 전국이 난리인데, 과천은 괜찮냐고요? 물론 상승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가파르진 않지만, 조금씩 계속 상향 중 입니다."
지난 7일 만난 경기도 과천시 원문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천 임대차 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쏟아지는 입주물량에 과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와는 정반대의 얘기였다.
지표상으로는 과천 전셋값이 분명히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과천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보합 전환하며 상승세를 멈췄다. 정부 보다 비교적 시장 현황을 잘 담아낸다는 민간 통계 KB 부동산리브온의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에서도 과천 전셋값은 같은 날 –0.03%로 하락했다.
그러나 현장의 중개사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오히려 전셋값이 오름세를 탔다는 것이다.
이날 만난 중개사들 대다수가 "전셋값이 안정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오냐"며 헛웃음을 쳤다. 올해 초 푸르지오 써밋 입주를 앞두고 전세가가 급락하면서 안정세 얘기가 나온 게 아니겠냐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 초를 전후로 과천의 전셋값은 수억원이 한꺼번에 빠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8억원대에 거래되던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59㎡ 전세가 5억원 후반대까지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59㎡ 전세가 9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해당 단지 신고가를 새로 썼다.
박강호 원문동 오렌지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과천 써밋 입주 당시 래미안슈르 전세 매물이 6억원까지 급락한 적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임대차법이 없을 때"라며 "임대차법으로 인해 전세 수요가 늘면서 센트럴푸르지오써밋(1317가구) 입주를 앞둔 현재는 대규모 입주가 전세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일부 사람들은 급매로 내놓기도 하지만 그 가격도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지, '가격을 내렸구나'는 생각은 안들 정도”라고 강조했다. 부림동 주공8단지 전용 73㎡는 지난 2일 5억3550만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7~11월 전셋값이 폭등했던 시기의 거래가와도 비슷한 가격이다.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가 급증한 것도 여느 지역과 비슷했다. 이날 한 공인중개사는 내부 정보망을 통해 과천위버필드의 전세와 월세 매물 수를 보여줬다. 전세가 38개, 월세가 131개였다. 중복 매물도 있지만 전세와 월세 간 매물 개수에서 2.5~3배 정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는 "과천이라고 다른 지역과 다르지 않다"며 "전세 매물은 부족한 데 반해, 전세 수요자들은 많은 게 모두 비슷하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예년에 비해 줄긴 했지만, 매매가도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했다. 과천시 별양동 주공5단지는 124㎡는 지난 1일 17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 대비 3억원 정도 올랐다. 현재 호가는 18억원 정도다.
별양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수요가 예전만큼 붙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가격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