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매입임대 25개 유형 중 16곳 미달
“임대주택 인프라·인식 등 한계…아파트로 수요 몰릴 수밖에”
최악의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임대주택에서도 입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 가운데에서도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데 반해, 빌라는 곳곳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27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Ⅰ’으로 서울 강동·구로·금천·노원·동대문·서대문·양천·은평구 8개 지역에서 총 16개 단지·25개 주택형으로 신규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25개 주택형 가운데 절반 이상인 16개 주택형이 미달됐다. 신청건수가 1건도 없는 주택형도 있었다.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Ⅰ은 SH공사가 매입한 주택을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임대하는 주택으로 대부분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빌라로 구성된다.
반면 9월 말 SH공사가 마곡지구 9단지, 고덕 강일 공공주택지구 8단지, 강동 리엔파크 14단지 등 대단지 아파트가 포함된 제2차 국민임대주택 979가구 입주자 모집에는 9800명이 몰려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인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정부가 최근 전세 대책을 발표하고서 아파트 대신 빌라 임대주택의 장점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으나, 여전히 수요는 아파트로만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회 국토위원장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우리가 임대주택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 더 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다세대주택을 둘러본 뒤 “방도 3개고, 내가 지금 사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다”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의 한계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전세난을 진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11월 넷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진선미 위원장의 “아파트 환상 버리라”는 말이 전셋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9%에 달했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25.5%)을 두 배 이상 앞섰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주택은 브랜드나 편의시설, 학군 등 아파트에서 누릴 수 있는 인프라가 다르고, 또 이에 대한 주변의 인식도 아직까지 부정적이라 빌라 등의 임대주택보다는 무리해서 아파트를 사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유형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는 전세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입주자를 모집하는 신혼부부 다가구매입임대주택의 약 80%가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친다”며 “고위 공직자들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30평대 관사에 살면서 서민들에겐 10평 남짓한 집을 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