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중징계 근거인 '내부통제' 지적…변수는 '피해구제'
최종제재 수위는 내년초 결론 예정…은행권 초대형 변수에 긴장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판매 은행권에 대한 제재절차에 착수하면서 은행장들의 거취에 영향 미칠지 주목된다. 현직 은행장들에게 금융권 퇴출을 의미하는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라도 내려지면 제재 결과에 불복하는 대규모 소송전까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우리‧신한은행에게 라임펀드 판매 관련 검사의견서에 대한 소명 자료를 이번주 내로 제출 받아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재심 과정을 거치려면 빨라도 2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최대 관심은 금감원의 사전 통지 내용에 들어갈 제재 수위다. 이는 '검찰의 구형'과 비슷하다. 금감원은 구형에 대한 은행의 소명 자료를 다시 검토한 이후 재판부 성격을 지닌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심의를 진행한다. 제재심은 금감원 조사부서와 제재 대상인 금융사가 함께 나와 의견을 내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사전 통보된 구형이 뒤집어지긴 쉽지 않다.
이에 제재 대상에 오른 은행들은 손해액이 확정되지 않은 라임펀드에 대한 선지급을 서두르는 등 구형 낮추기에 돌입했다. 피해자 구제노력에 따라 징계수위가 달라질 것이라는 금감원의 입장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은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에 선배상을 공개적으로 압박해왔고, 향후 각종 평가 때 반영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노력이 제재 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안다"며 "적극적으로 노력한 금융사와 아닌 금융사에 대한 제재수위가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판매 금융사와 추정손실을 합의해서 지급을 먼저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추정손해액'을 선지급하라고 압박했다.
'피해구제'따라 징계수위 달라지는데…배임 위험 감수해야 하나
현재 은행권에선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원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금감원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다른 은행들도 선보상, 선지급을 위한 내부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이 가까워질수록 은행권의 선보상을 비롯한 피해자 구제 노력도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 펀드의 은행별 판매액은 ▲우리은행 3577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 ▲하나은행 871억원 ▲부산은행 527억원 ▲경남은행 276억원 ▲농협은행 89억원 ▲산업은행 37억원 순이다. 일부 은행들은 제재 결과에 따라 현직 은행장의 거취 문제와도 맞물린다. 그렇다고 섣불리 선배상에 나섰다가 향후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이 지난달 은행에 전달한 검사 의견서엔 라임 펀드 판매 과정에서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고, 내부통제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금감원이 앞서 증권사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한 근거로 제시한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판매 증권사 3곳과 각 사의 전·현직 CEO에게 중징계 결정을 내린 주요 근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마련 의무 위반을 제시한 바 있다. 은행권에선 증권사와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중징계가 내려지진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결국 은행권이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한달 가량 남았다. 금감원은 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가급적 빠르게 열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신한은행을 제외한 라임펀드 판매 은행들에 대한 검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최종 제재는 해를 넘겨 매듭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의 제재 절차를 늦어도 다음달 중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중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제재 결과에 따라 은행권 CEO들의 거취 문제를 들쑤셔놓게 되는 혼란이 우려스럽다"며 "무작정 투자금을 반환했다가는 배임 위험도 있고, 투자자들이 다른 상품에도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럴 해저드 위험 등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