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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의 역주행] 김연경의 왕관보다 무거운 ‘페어 플레이’


입력 2020.11.14 07:00 수정 2020.11.14 15:5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GS 칼텍스전 불필요한 플레이로 팬들 비판

심판만 징계 받으며 논란 가중

김연경. ⓒ 한국배구연맹

올해 6월, 배구계에는 역대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낭보 하나가 날아들었다. 바로 ‘배구여제’ 김연경의 국내 복귀 소식이었다.


최근 V리그는 스타 선수들의 연이은 등장과 수준 높은 경기력 등 매 시즌 흥행가도를 내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리그가 조기 중단돼 아쉬움을 남겼으나 김연경이라는 대형 호재를 끌어안게 되며 2020-21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기자는 김연경의 복귀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던 지난 6월 4일 여자배구 외국인 선수의 드래프트 현장을 찾았다. 선수 지명이 모두 끝나고 감독들과의 자율 인터뷰 시간. 당시 취재진들은 경쟁하듯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에게 몰려들었다. 바로 김연경과의 계약 진행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김연경이라는 이름값이 주는 무게감이 남다름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V리그가 개막됐고 ‘김연경 효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말 그대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연경의 리그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1일, 흥국생명과 GS 칼텍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에는 취재 및 사진 기자 등 56개 매체, 77명의 기자들이 경기를 취재했다. 그리고 이 경기는 평일(수요일)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됐음에도 1.1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이룩한 성과다.


‘김연경 효과’는 비단 소속팀 흥국생명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다수의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각 구단들은 김연경 날개를 달고 더욱 높이 날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논란 하나가 발생했다. 바로 지난 4일 GS 칼텍스와의 경기서 벌어진 ‘네트 붙잡기’였다.


이미 2세트서 공을 내리쳐 심판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았던 김연경은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5세트 막판, 공격이 실패하자 아쉬움을 쏟아내며 네트를 부여잡았다. 이는 명백한 반칙행위였다.


제재금 징계를 받게 된 강주희 심판. ⓒ 연합뉴스

다만 심판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GS 칼텍스 측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경고나 퇴장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경기 후 박미희 감독은 “조금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승부욕과 책임감이 많이 나온 것 같고, 자제해야 할 것은 자제해야 한다. 본인에게도 이야기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김연경 역시 “과했다고 생각한다. 상대에 대한 리스펙트(존경)가 없었다. 한 번 더 참았어야 했는데 아쉬운 포인트라 그러지 못했다. 잘못한 부분”이라고 고개를 숙이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튿날 한국배구연맹(KOVO)의 징계 때문이었다. KOVO 측은 부적절한 대처였다며 경기를 주관한 강주희 심판에게만 벌금 징계를 내렸다. 이에 배구팬들은 ‘김연경 봐주기’라며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코트 내에서 투지를 불사르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한 김연경은 남다른 승부욕이 돋보이는 선수다. 그래서 별명 또한 ‘식빵언니’이며 터프한 성격에 다수의 팬들이 매료됐다.


그러나 상대를 자극하는 불필요한 승부욕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김연경은 그 이름값에서 주는 무게감이 상당한 선수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배구팬들은 반응할 수밖에 없고 영향력 또한 상당하다.


배구 여제의 왕관을 머리에 이고 있는 김연경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며 더욱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코트 내에서는 누구나 동등해야 하며 여제보다 위에 있는 것이 바로 규정이고 페어플레이다. 김연경을 둘러싼 이번 잡음이 혹시나 배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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