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오바마 대북 정책 답습 예상
文, 한미 입장차 조율 속도 낼 듯
오늘 수보회의 메시지도 주목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도 일부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이 추진하는 협상 방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반대인 데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로드맵' 준비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1년 6개월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SNS에 바이든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 대한 축하 메시지와 한미 동맹과 관련한 기대감만 짧게 드러냈다. 통상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전 송부 및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정상 외교의 정상적인 절차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표 소송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메시지 방식에 대해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 대통령이 9일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이날 일정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공식석상이다. 문 대통령이 만약 미국 대선 관련 언급을 한다면 북미 대화의 시급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인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오바마 정부는 출범 초기에 발생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지속, 북한이 대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거나 스스로 붕괴하게끔 한다는 이 기조를 택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가속화만 부추겼다며 미국 내에서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에 '톱다운(top-down)'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설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그간 톱다운 방식에 대한 효용성을 언급해왔다. 그는 지난해 4월 미국을 방문해 "북-미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 측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을 방문 중이다. 강 장관은 방미 중 바이든 당선인 측의 외교·안보 참모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바이든 쪽 여러 인사가 공개적으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때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닐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미의 공통의 인식 공유가 예상보다 길지 않게 이뤄질 수 있을 거라는 의미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9일 'JTBC 아침&'에서 "바이든 측에서 (전략적 인내 답습 관련) 나온 이야기는 없다. 바로 이 부분에 우리의 외교적 공간이 있다고 본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전환되는 이 트렌지션 기간에 한국과 미국의 입장차를 조율하는 노력이 잘 이루어진다면 안정적인 대북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