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LG화학-SK이노, 손 잡을 가능성은?…관건은 합의금 규모


입력 2020.10.27 10:39 수정 2020.10.27 10:43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양사 배터리 사업 지속 위해서는 소송 보다 합의 유리

합의금 산정 기준 놓고 양측 물밑 협상 속도낼 가능성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이 또 다시 미뤄지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 시도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데다 중장기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소송 리스크를 덜어내는 것이 유리하다. 양측 합의가 급물살을 타려면 적정 규모의 합의금과 납입 방법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ITC는 26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조사의 완료일을 10월 26일에서 12월 10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날 연장 결정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판결 연기와 관련해 소송에 성실하게 임하면서도 합의를 위한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면서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LG화학 역시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라고 언급했다.


양사 모두 대화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물밑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ITC 결론이 불리하게 나올 경우 항소심 결과를 받을 때까지 미국 수출이 원칙적으로 차단된다. 한창 키워야 할 배터리 사업이 이번 소송으로 전면 차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LG화학과의 합의를 통해 사업 성장성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LG화학 역시 대규모 투자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분사를 앞두고 있어 투자금 유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있으며 2023년까지 총 배터리 생산능력을 260GWh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중장기 플랜도 공개했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 시설 투자가 시급하다. 아울러 해외 완성차업체들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SK이노베이션과 손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별개로 특허침해 소송 등 국내외 10건의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소송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비용 부담을 감안할 때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양사 모두에게 유리하다.


다만 합의금 산정에 앞서 양측이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LG화학은 미국 영업비밀보호법 판례에 따라 경쟁사의 부당이득, 미래가치 등을 근거로 합의급을 산정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영업비밀보호법은 손해배상액은Actual Loss(수주금액 등 실제 피해), Unjust Enrichment(R&D 절감 비용 등 부당 이득), Future Royalty(향후 수주액 등 미래 가치) 등을 고려한다. 모토로라-하이테라 소송도 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해 배상액이 산정됐다.


LG화학은 특히 배터리 시장이 수백조원대의 거대 시장인 데다 1990년대 초반부터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해온 점을 강조한다. 실제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작년 530억달러에서 2025년 1670억원달러(200조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업계에선 합의금 단위를 최소 5000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까지 거론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유출된 기술 입증과 피해금액 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측은 구체적으로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없는 상황에서 거액의 배상액을 일방적으로 내주는 것은 배임 소지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또 후발주자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소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 천억원~수 조원의 배상액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분기당 1000억원 가량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일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감내하고 있지만, 소송전으로 예상치를 넘어서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게된다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상당 기간 흑자 전환이 요원해진다. 따라서 일시금 지급 보다는 수익배당금 형태로 일정 기간을 두고 지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사는 시장 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기술 탈취 여부에 대한 사과 등 대응 수준과 합의금액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배터리 분쟁 이후 중국 기업 등이 이를 역이용하면서 글로벌 격차를 좁히려는 분위기"라면서 "두 기업 모두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지가 높은 만큼 현실적인 대안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