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OEM펀드 운용·매출채권 돌려막기 의혹등 제기
"금감원, 하나은행 대상 종합검사서 모든 의혹 규명해야"
하나은행이 2019년까지 3년 간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헬스케어펀드)에 대한 사기판매 의혹이 제기됐다. 투자설명서에 등장하지 않은 제3의 회사에 수수료 4%의 높은 보수를 주도록 설계 운용됐고 국내에서 모집된 자금으로 신규채권을 떠안는 폰지사기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됐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입수한 현지실사 보고서를 시민사회단체인 금융정의연대와 함께 분석한 결과 헬스케어펀드가 사기판매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헬스케어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이 채권을 할인 매입한 뒤 지방정부에 청구하는 구조다.
배 의원이 입수한 삼일회계법인의 이탈리아 현지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설명서와는 달리 ‘한남어드바이저스’라는 제3의 회사가 확인되는데, 이 회사는 이탈리아 현지 운용사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로 약 4%에 해당하는 판매수수료를 지불한 것이 확인됐다. 판매사인 하나은행의 수수료가 1.2%, 국내 자산운용사의 수수료가 0.16%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수료를 보이지 않는 회사에 지불하는 구조다.
해당 펀드 만기는 25~37개월이지만 6~7년 지나야 받을 수 있는 매출채권들이 섞여 있었고 이마저도 시장 할인율(15~25%)보다 높은 가격(평균 할인율 7~8%)에 사들였다. 또한 이탈리아 진료비 매출채권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ESC그룹이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한다고 돼 있었으나 ESC그룹은 사실상 역할을 하지 않고 대신 CBIM과 ‘한남어드바이저스’라는 회사가 불량채권 매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은 비정상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손실이 전제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완전판매가 아닌 상품출시 당시부터 투자자를 기망한 사기판매라는 주장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3월 실사 이후 펀드 회수가 쉽지 않고 운용상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배 의원은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회수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되는 채권 비율은 60.3~99.9%에 이른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 회수 불가능해 보이는 비율을 이보다 낮게 설명한 부분 역시 확인됐다.
배진교 의원은 “투자설명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한남어드비이저라는 제3의 회사를 만들고 조세회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SPV를 설립하고 투자자 손실을 전제해서 투자자를 모으는 등 사기판매 성격이 짙다”며 "은행 직원이 펀드를 기획하고 판매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해당 펀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