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재계 잇단 호소에도 기업규제 법안 추진 방침 고수
기업 손발 묶고 경제 살린 사례 없다는 점 명심해야
“쇠귀에 경 읽어주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각종 기업규제 법안 처리에 혈안이 된 정부와 거대여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경제단체장들과 기업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및 6대 그룹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업규제 3법 등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크다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호소에 “기업들의 우려를 듣고 함께할 것은 함께 하고 부분적으로 보완할 게 있으면 보완하겠다”면서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국회를 찾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기업규제 3법 재검토’ 요청에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면서 “그 방향으로 어떻게 성공적으로 갈 것이냐 하는 방법을 만드는 데 경제계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및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우리 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미래 투자는 접어두고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세나 각종 소송에 시달리거나 경영권 방어에 온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형편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시장경제 수호의 의무를 저버리고 일찌감치 기업규제 법안들과 관련해 여당에 동조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국민의힘이 그나마 재계 다독이기 차원에서 내놓은 노동법도 개정 제안도 여당은 단칼에 거절했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은 노조가 파업을 해도 대체근로 인력을 투입할 수 없고, 사업장을 점거해도 막을 수 없으며,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도 지켜만 봐야 한다.
노사간 힘의 불균형은 그동안 매년 반복되는 임금·단체협약 줄다리기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과 이로 인한 생산차질로 사측이 노조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악순환의 원인이 됐다.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발생한 ‘묶음 작업(일부에 작업을 몰아주고 나머지는 쉬는)’이나 ‘무단 조기퇴근’, ‘고객에게 인도할 차량의 카풀 사용’ 등 상식 이하의 행위들도 노조의 막강한 힘과 사측의 통제력 약화에 기반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시위 과정에서 불범행위를 저지른 노조원들을 해고하고 기물 파손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이의 철회를 요구하는 노조의 반발로 지난해 임금협상을 아직까지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까지 이뤄져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고, 비조합원의 노조 임원 선임이 허용되면 노동계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되고, 기업들의 발목에 채워진 노조 리스크의 족쇄는 더욱 단단해진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7일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도 재차 기업규제 관련 법안 추진을 멈추고 기업들이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유지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외침은 ‘우이독경’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탈원전’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원전 산업을 뒤엎고,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에 흠집이라도 날까 우리 국민을 총살한 북한에 찍소리도 못하는 게 지금의 정부·여당이다.
그런 그들이 운동권 시절부터 그토록 갈망하던 소위 ‘공정경제’와 ‘노동권 강화’의 공적을 쌓을 기회를 쉽게 포기하겠는가. 그들의 귀는 이미 닫혀있다.
역대 모든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권도 ‘경제 살리기’를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어느 정권도 기업의 손발을 묶고 경제를 살린 사례는 없었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답시고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일’을 저지르는 건 아닌지 불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