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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깃발들고, 국민의 힘을 모아, 대한민국 구해주세요


입력 2020.09.03 08:00 수정 2020.09.03 06:56        데스크 (desk@dailian.co.kr)

반발과 조롱은 통과의례…주의할 점 고민

당명으로 선거에 지고, 정통성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 없어

정치는 안정되고, ‘책임정치’가 가능해 지도록 해야

김수민 미래통합당 홍보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당명 개정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라는 다소 생소한 정당명이 우리 정당사에 등장했다. 이로서 ‘미래통합당’ 깃발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필자가 입장할 때의 당명은 <민주자유당(민자당)>이었다. 노태우, YS, JP가 ‘3당 합당’을 통해 만든 정당이었다. 내가 입당하고 한 달도 안 되서 당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 당의 공채기수는 민자당 기수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전에 공화당과 민정당도 공채를 뽑았지만, 민주화된 정당의 사무처라는 자부심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리다.


당시 대통령이던 YS가 1996년 총선을 대비해 만든 정당이 <신한국당>이다. 이 정당은 총선에서 압승했으나 단명했다. 리더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회창 총재가 YS와 결별하고 꼬마 민주당과 합당해 만든 정당이 민주화이후 최장수 정당인 <한나라당>이었다. 비록 야당만 오래했지만 권력은 만만치 않았다. 국회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회창 총재는 대통령에 버금가는 ‘제왕적 총재’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한나라당이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 참패한 후, 박근혜 비대위가 들어서 천막당사로 옮기고 명패를 바꾼 것이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을 두 명 배출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을 실감나게 했던 기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하야했다. 하지만, 당은 이어 진행된 대선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면 정당의 존재의의가 없어지고, 견제가 없는 문재인 정권 독주를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탄핵의 아픔을 딛고 새로 출발하자며 당명을 바꿨다.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으로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에서 참패했다. 제2, 제3의 탄핵이었다. 이때 혜성처럼 들어선 지도부가 황교안 대표체제다. 황교안 대표는 총선승리를 위해 범야를 모두 합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 그것이 <미래통합당>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폭망했다. 지나치게 통합에 힘을 쏟다보니 리더십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천도 중구난방(衆口難防)이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감이 없고, 리더가 보이지 않는 정당에 누가 표를 주겠는가?


총선참패 후 들어선 지도부가 김종인 비대위체제다. 김종인 비대위는 당헌당규를 바꿔 임기를 늘렸다. 단기간 내에 치유하기에 너무 큰 상처였고, 새로워지기에 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 ‘뼈를 바꾸고 태를 뽑는’ 근본적인 변화를 제창했으니, 이름 바꾸는 것이 대수겠는가. 그렇게 등장한 당이 <국민의힘>이다.


이름이 공개되자, 어김없이 불만과 조롱이 난무했다. 그러고 보면 필자가 입당한 이후 당명이 7번 바뀌는 동안 새로운 당명을 흔쾌히 수용했던 기억이 전혀 없다. 대부분 불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뚱해 있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봤다.


첫째, 하늘아래 새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정당명은 가치를 포함하고 드러낸다. 우리처럼 조변석개(朝變夕改)로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정당 환경에서, 가치와 이름을 수없이 써먹었기에 참신하고 새로운 이름이 있을 수 없다. 이번에도 공모를 했더니 ‘국민’, ‘한국’, ‘자유’, ‘미래’ 등이 상위를 차지했단다. ‘한국’, ‘자유’, ‘미래’는 최근에 이미 정당명으로 썼던 것이니 ‘국민’만 남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성공한’ 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 환경에서 실패한 정당명을 다시 쓸 수는 없다.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선거에서 참패해도 이름을 바꾸지는 않는다. 이름은 죄가 없다. 미국은 ‘공화당’, ‘민주당’이고, 영국은 ‘보수당’, ‘자유당’, ‘노동당’이다. 우리는 전혀 다르다. 군사독재 때 썼다는 이유로 ‘공화당’은 쓰지 못한다. 헌법에 엄연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쓰여 있는데, ‘공화당’은 여전히 사면 받지 못한 ‘금칙어’다. ‘민주당’은 계속 쓰이는데 말이다. 이름을 희생양 삼다보니, 쓸 이름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가치들은 고갈되고 쓸 수 있는 단어도 사라진다.


둘째, 발언권 강한 핵심당원은 기존의 당명에 충성도가 높고 애착을 갖는다. 그 이름을 내세우며 적과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이다. 선거전에서 싸웠고, 광화문 등 광장과 거리에서 투쟁했다. 그렇게 지켜낸 이름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을 이해시키고 새 당명을 익숙하게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국민의힘’도 야당이 엄청나게 핍박을 받아 거리투쟁을 하거나, 내년 4월 재·보선에서 뜨겁게 싸운 후에야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애틋해져도 재·보선에서 패배하면 곧 폐기되고 말 것이다.


셋째, 리더십 문제다. 당권세력이 바뀌는 격변기에 당명이 바뀐다. 당명은 지도자 누군가와 동일시된다. 새로운 리더는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기 위해 새로운 이름을 정하고, 본인과 동일시하는 전략을 펴기 마련이다. 기존의 모든 대통령과 걸출한 당지도자들이 그랬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서 기존 리더십과 부딪치게 된다. 진정한 ‘당권교체’이니 갈등은 불기피하다.


이 정도의 반발과 조롱은 통과의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당명이 좋지 않아 선거에 지고, 당의 정통성이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정치선진국들은 같은 이름으로 영광과 고난을 겪지만, 고난 중에도 이름 탓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는 안정되고, ‘책임정치’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지금 한국 보수정당의 고난과 질곡이 이름 때문이 아니듯, 개명이 곧 재건과 중흥이 될 수 없다. 본질이 좋으면, 뻔한 이름에도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새로운 정당 ‘국민의힘’도 그 의미에 맞게 국민의 힘을 모아 선거와 국회활동을 통해 국민을 구하길 바란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 이런 국민의 기원을 담아 국민의 이름으로 축복한다. 다시 ‘국민’이란 이름을 피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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