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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두 달 연속 0%대…이제 '은행은 금고다'


입력 2020.08.30 06:00 수정 2020.08.29 01:50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은행 예‧적금 1억원 넣어둬도 年이자 70만원도 못 받아

연준도 저금리 시사 '0%대' 초저금리시대 장기화 될 듯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창구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행에 1억원을 맡겨도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연간 70만원에도 못 미치게 됐다. 시중은행들의 평균 예금금리가 연 0.8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이제 예·적금은 '금고' 이상의 의미는 사라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 평균금리는 연 0.82%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6년 1월 이후 최저치다.


특히 7월 새로 가입한 정기예금 가운데 78.8%의 금리가 0%대였다. 반면 정기예금 상품 중 연 2%가 넘는 이자를 주는 상품은 전무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0%대 정기예금 상품 비중은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여파와 맞물려 저금리 시대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내년까지는 '0%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7일 '평균물가안정 목표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저금리 시대가 예상 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준의 정책기조가 변화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중앙은행의 정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물가상승 목표치인 2%를 넘어서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하면서 시장에 장기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금리가 지금부터 5년 동안 제로를 유지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시장에선 연준 금리와 한은 기준금리의 차이가 0.5% 포인트 이하가 되면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 수준은 외국인 투자자의 급격한 자본 유출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내릴 수 있는 하한선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저금리 여파로 은행에 맡긴 예금도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중 수시입출식예금, 정기예금 등 은행수신은 17조3000억원 줄어들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을 보면, 한 달 동안 정기예금에서만 10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결국 이자 소득으로 살아가는 은퇴생활자 등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연평균 13.28%(한국은행 기준)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에 비하면 현재 '0%대 금리'는 격세지감을 느낄 만한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예전처럼 예‧적금으로 돈을 불리거나 이자생활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도 "여전히 안정성을 중요시 여기는 고객들은 기존 예‧적금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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