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은정의 핀셋] 의료수가 수년째 그대론데 누가 비인기과 갈까


입력 2020.08.26 07:00 수정 2020.08.25 22:35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비인기과 의사 부족 현상, 단순계산으로 의사 수만 늘려선 안 돼

의료수가 현실화, 처우 개선 등 유인책 만들어야

대한전임의협의회 소속 전임의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사 가운을 벗어 팔에 걸치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요즘 의대정원 확대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에 전임의(펠로우), 개업의까지 의사가운을 벗고 파업에 동참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본다.


이 시국에 꼭 그렇게 파업을 해야겠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의사들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뭘까.


한국 의사 수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이른바 비인기과로 불리는 필수의료 인력은 더 부족하다는 게 정부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가가 직접 의사를 양성해 그 인력들을 비인기과에 근무하도록 강제한다는 정책이 틀렸다는 게 의료계의 목소리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한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의료수가에 있지 단순히 의사할 사람이 적어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의료수가란 여러 진단·치료 등 의료행위별로 받는 진료비를 뜻한다.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의 합계다.


수가 인상률은 각 가입자단체와 건보공단이 협상을 통해 정해지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최종 결정한다. 헌데 수가가 인상되면 이는 곧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되고,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협상은 순탄하게 이뤄진 적이 없다.


의료수가를 쉽게 건드리지 못하다 보니 전공별 의료수가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3년째 제자리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맹장수술 의료수가는 2047달러로, 미국 1만2010달러의 5분의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칠레가 6972달러, 캐나다가 6007달러 등이다.


제왕절개 수술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1769달러, 미국이 1만8460달러다. 스위스(1만2318달러), 호주(1만1425달러), 캐나다(6577달러) 등으로 한국이 현저히 낮다.


이렇다 보니 위험하고 힘든 의료행위를 하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분야가 많다. 병원에서는 이런 비인기과를 운영해봤자 적자만 쌓이니 기피하고, 때문에 해당 전공 의사들은 자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대우도 안 좋으니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사망 관련 의료사고 배상 액수가 수억원에 달하는 점도 의사들이 비인기과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는 분만 시 의료사고가 의료진 잘못이 없었던 것으로 판정되더라도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 중 분만의료기관이 30%를 부담하도록 하는 '무과실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분만 의사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수술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면 제대로 된 보상을 해야겠지만, 과실이 없더라도 부담을 해야한다는 제도는 의료인들을 위축되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공적 의료 보상제도가 없어 의사들의 부담이 높은 편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을 무작정 많이 배출해서 비인기과 의사들을 많이 만들어낼 게 아니라 그 과를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유인 요인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민들의 생명과도 직결된 의료문제 만큼은 근시안적인 정책 말고 장기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은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