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은정의 핀셋] 의사가 왜 공공재인가


입력 2020.08.24 07:00 수정 2020.08.24 04:40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4대 의료정책 두고 갈등

정부, 철회 불가 입장 고수…의협 2차 총파업 진행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한 시기다. 의사가 공공재라는 인식을 갖고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총파업으로 인한 의료대란을 막기 어렵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송파구 사는 김공공, 경기도 일산 사는 공공재, 동탄 사는 최공공재.


최근 의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자조섞인 넋두리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의사는 그 어떤 직역보다 공공재"라고 말한 것을 두고 느끼는 기막힌 심정을 담은 것이다.


공공재(公共財)란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로, 그 대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소비 혜택에서 배제할 수 없는 성격을 띠는 것을 일컫는다.


의사가 공공재 성격을 띠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영국이 있다.


국립의료제도를 운영하는 영국은 의사를 국민 세금으로 양성하고 공공의료체계 안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다음 국립 병원에서 근무하도록 직고용한다.


영국의 의사수입은 전 세계 톱10에 들어가는 수준이며, 은퇴 후 자신의 급여 70% 정도를 연금으로 받는다.


의사를 공공재라고 부르고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우려면 적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지원과 처우가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 정부가 의료진에 대한 처우보다 의무만 강조하다보니 전공의(인턴·레지던트)부터 전임의, 봉직의 등 의사 전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의료 영역이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국비가 아닌 자비로, 혹은 학자금대출로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된 이들을 공공재라고 보긴 어렵다.


교육과 수련 과정에서 국가 지원을 받지 않을뿐더러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사고의 법적 책임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이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 영국 등 보편적 의료 국가를 모델로 보고 문재인 케어를 펼치고 있다. 공공의대를 설립해 국비로 4000명의 의사를 배출하고 10년간 의무적으로 지방근무를 시키겠다는 발상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정책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공의료가 강한 나라라고 해서 꼭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은 것도 아니다. 보편적 의료제도를 두고 있는 국가들의 코로나19 사망률은 4.89%로 의료보험 채택 국가(1.54%)의 3배 이상 높다는 통계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한 시기다. 의사가 공공재라는 인식을 갖고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총파업으로 인한 의료대란을 막기 어렵다. 이 와중에 코로나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할 경우 의료계도,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 진정된 후에 의료 현장 전문가와 당국이 만나 차근차근 대화로 풀어가는 방법도 있다.


신천지발 코로나 확산 당시 일선에서 고군분투한 의료진의 희생을 높이 사며 '덕분에 챌린지'를 외친지 몇 달 되지 않았다.


정책철회 불가, 파업강행 불사를 외치는 대신 원만한 대화와 협의로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적으로 지켜주길 바란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은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