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가해자 빠진 반쪽짜리 청문회, 체육계 주요 관련자들 책임 전가
피해자 주장하고 나서는 가해자들, 체육계 쇄신의 길 요원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인 최숙현 선수가 가혹 행위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한 달이 됐지만, 가해자 처벌과 체육계 쇄신 등 후속 대책 마련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 고인은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며 지난달 26일 22살의 안타까운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이로 인해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은 물론 체육계 전반의 병폐와 악습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현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고인의 사망과 관련된 진실 규명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서, 이러한 목소리는 자칫 공허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청문회에는 체육계 주요 관련자들이 총출동했지만 서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미래통합당 배현진 의원은 박양우 문체부 장관에게 책임론을 언급했지만 박 장관은 “스포츠인권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대한체육회가 관리를 해왔다”며 책임을 떠넘겼다.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사퇴할 의향은 없느냐”는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의 질문에 “그 문제는 별개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며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의 경우 2년 전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폭행 사태가 터진 뒤 “체육계 폭력을 철저히 뿌리 뽑겠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쇄신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폭력으로 물든 체육계 관행은 선수가 죽어나가도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 이 회장은 '마지막 각오'의 당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최숙현 사태의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감독은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을 부모와의 불화 탓으로 돌렸다. 또 다른 가해자 장윤정 선수는 자필 진술서에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 씨를 ‘비극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에 나섰다.
고인이 된 최숙현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기 직전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죽음이 값진 희생이 되길 바랐겠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고인의 희생이 있은 지 어언 한 달이 됐다. 가해자들과 체육계 관계자들은 시간이 흘러 국민들이 잊혀지기를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으니, 지금도 그 방법이 통할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고인은 과연 언제쯤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