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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 없는 맹탕 청문회, 책임 회피장으로 전락


입력 2020.07.23 00:01 수정 2020.07.23 05:08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관련 청문회에 핵심 증인 3명 불출석

체육계 수장인 문체부 장관과 대한체육회 회장도 책임 떠넘겨

한계 명확한 청문회 나온 최숙현 선수 어머니 끝내 눈물 훔쳐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고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한‘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증인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전 국가대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한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 침해 청문회’에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그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도종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 시작에 앞서 고인에 대한 묵념을 진행한 문체위는 출석하지 않은 핵심 증인들에게 오후 5시까지 국회 청문회장으로 동행할 것을 명령하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4명 중 3명은 불참했다.


구속 상태인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불출석했고, ‘팀 닥터’로 불린 안주현 씨는 우울증 등의 이유로 불참했다. 폐문부재(집 문이 닫혀 있어 우편물을 전달하지 못한 경우)로 출석요구서가 반송돼 출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전 주장 장윤정 선수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인 사망을 둘러싼 진상규명과 함께 체육계 폭력·성폭력 제도개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핵심 증인들 불참으로 청문회는 말 그대로 맹탕이 됐다. 이날 청문회 목적은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그 사람들’을 불러놓고 공분하고 있는 국민들 앞에서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의 불참으로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데 한계가 따랐다. ‘맹탕’이 되는 상황에 일부 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공개한 ‘최숙현 일기장’을 통해 가해 혐의자들 이름이 추가로 밝혀졌다. 일기장에서 고 최숙현 선수는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현재까지 밝혀진 가해 혐의자들 외 경주시청 소속 2명의 이름을 더 적었다. 이용 의원은 “밝혀진 가해자 외에도 추가 가해자들이 더 있는 것을 보면 감독의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봉 감독. ⓒ 뉴시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영구제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은 김 감독과 장 선수는 여전히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 선수 부모의 탓을 하고 있다.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을 부모와의 불화 탓으로 돌렸다. 김 감독은 “부모님이 (최 선수에게) 강압적으로 운동을 시켰으며, 운동을 하기 싫어하면 언어적으로 학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김 감독은 “최 선수의 부모님이 저에게 섭섭함, 시기와 질투가 있었다”면서 “지난 2017년 최 선수의 숙소 이탈 사태도 최 선수 아버지의 폭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윤정 선수 역시 경주시체육회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서 “최 선수가 중학교 시절 선생님에게 많이 맞았으나, 아버지가 오히려 그 선생님과 술을 먹었다”며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과 불화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자신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나마 지난 6일까지 고 최숙현 선수에 대한 가혹 행위를 부인했던 김도환 선수가 참석해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도환은 "2016년 뉴질랜드 훈련 때 앞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한대 가격했다"고 말했다. 폭행을 얼마나 자주 했냐는 질문에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주는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환은 김규봉 감독과 안주현 팀 닥터, 장윤정의 폭행과 폭언을 목격한 바 있고, 팀 닥터가 치료 명목으로 여자 선수들에게 마사지를 한 것도 봤다고 했다. 본인 역시 중학생 시절부터 김규봉 감독에게 맞아왔다고 폭로했다.


최숙현 선수의 SOS를 듣고도 보호하지 못한 체육계 수장들도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고개를 숙였지만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미래통합당 배현진 의원 질의에 문체부 박양우 장관은 “스포츠인권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대한체육회가 관리를 해왔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지난해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체육계에서 같은 문제가 재발한 것에 대해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은 “두 번의 기회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퇴할 의향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그 문제는 별개 사안”이라며 "스포츠인권센터의 인력이 부족하다"며 "직접적인 조사를 조사관 3명이 하다보니까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최숙현 선수 어머니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 뉴시스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기 직전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받은 최숙현 선수의 어머니는 한계가 명확한 청문회장에서 관계자들의 증언과 입장을 듣다 끝내 눈물을 훔쳤다.


한편,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폭언한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3인방'의 징계는 이번 달 확정될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9일 스포츠 공정위원회 일정을 확정했다. 대한철인3종협회에서 영구 제명된 김규봉 감독, 장윤정 선수와 10년 자격정지가 의결된 김도환의 징계를 재심의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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