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개막전 선발 이어 5선발 체제 완성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로 시즌 시작할 것이 유력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아쉽게 선발 한 자리를 꿰차는데 실패했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실트 감독은 21일(한국시간)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발표했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잭 플래허티가 예상대로 개막전 선발로 나서며 애덤 웨인라이트, 다코타 허드슨, 마일스 마이콜라스, 그리고 선발로 복귀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실트 감독은 “선발 경험이 많은 마르티네스가 선발로 돌아오길 원했다. 그는 지금까지 (선발로서)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로 인해 김광현을 불펜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강자인 세인트루이스는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선발진은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올 시즌 1~4선발을 맡게 될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투수들은 모두 30경기 이상 선발로 등판하며 로테이션을 비우지 않았고, 뉴욕 메츠로 떠난 마이클 와카(선발 24경기)가 간간이 비웠던 자리를 다니엘 폰세 데 리온와 제네시스 카브레라, 단 2명의 투수로만 메울 정도였다.
다시 선발로 합류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세인트루이스가 애지중지 키운 투수다.
90마일 중반대의 변화가 심한 직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붙박이 선발로 나서며 42승을 쓸어 담았다.
문제는 내구성. 2018년 잔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한 마르티네스는 코칭스태프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마무리로 전향했고 48.1이닝만 소화하면서 24세이브(3블론세이브) 3.1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철저한 관리를 받았다.
김광현은 기대했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으나 불펜서 중책을 맡을 예정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투수인 점을 감안하면 실력 하나만큼은 팀이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자리는 공석이다. 마르티네스가 선발로 복귀했고 대체 마무리로 낙점된 조던 힉스(지난 시즌 14세이브)가 코로나19를 우려해 올 시즌을 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광현 입장에서는 자신의 묵직한 구위를 마무리서 선보일 아주 좋은 기회다. 물론 실트 감독에게는 ‘불펜 혹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지만 이 또한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올 시즌은 162경기에서 60경기로 크게 줄어든 단축 시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투가 아니라면 1이닝 이상 길게 던지는 마무리 역할도 기대해볼 수 있다. 여기에 선발진에 공백이 발생한다면 1순위 후보 자격 역시 김광현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기회를 얻으려면 시즌이 시작되고 어떤 보직에서든 자신의 구위가 통한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