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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때부터 원금 대부분 손실"…분조위, 전액 배상 권고 근거는


입력 2020.07.01 13:15 수정 2020.07.01 13:18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무역펀드 투자제안서 11개 허위 기재…대법 판례도 감안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들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5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7월 은행에 방문해 1년 간 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상품을 요청했고 은행 직원은 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권했다. 당시 이미 라임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A씨가 이를 우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운용사와 수탁사가 분리돼 펀드 자산에는 영향이 없다"는 은행 직원 답변이 오자 이를 믿고 펀드(2억원 규모)에 가입한 것. 그러나 알고보니 판매 당시 투자원금의 98%가 이미 부실화됐을 뿐 아니라 투자자 성향 역시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4건에 대해 사상 최초로 투자원금 전액 배상을 권고했다.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원금의 98%의 손실이 난데다 과거 판례 등을 종합해 내려진 결정이다.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관련 브리핑을 종합하면 지난 30일 열린 분조위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가운데 부실을 인지한 이후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전액 배상할 것을 판매사 측에 권고했다. 민법(제109조) 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한 결과로, 이번 분쟁조정이 받아들여질 경우 최대 1161억원이 반환된다는 것이 금감원 측 설명이다.


김철웅 분쟁조정2국장은 "4월 현장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폈고 외부 법률자문도 2차례에 걸쳐 충분히 구했다"면서 "분조위원들도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에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기 취소 적용 등도 고려됐으나 이를 위해서는 기망의 고위행위를 입증해야 하고 또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 측면에서 사기 취소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라임과 신한금융투자 측은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IIG) 투자상품에 대한 부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운용방식을 변경해가면서 펀드 판매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 발생으로 청산절차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투자제안서에 IIG 과거수익률을 매달 0.45% 상승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목표수익률은 7%로 적는 등 총 11개 중요내용을 허위·부실 기재했다. 판매 시점이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인지한 이후라는 점에서 착오에 따른 계약 취소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도 이같은 투자제안서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상품 출시를 결정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일부 판매직원들은 투자자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하고 손실보전각서를 작성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투자판단의 기회를 원천 차단당했다는 것이 분조위 측 판단이다.


지난해 말 최대 80%의 배상비율이 권고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이번 라임 무역금융펀드와의 차이점에 대해 금감원은 "DLF의 경우 이자율에 대해 부실하게 설명을 했지만 마이너스 금리 상황에서 판매됐더라도 장래 금리회복 가능성이 높았다"면서 "반면 이번 라임펀드는 IIG 펀드 자체가 이미 부실이 발생했고 더이상 회복하기 불가능한 상태였다. 장래 기대 가능성과 이미 발생한 부실에 대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과정에서 유래가 없는 이번 결정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한 2016년 대법원 판례(피닉스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제14호 펀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항공기 신규노선 운항 수익'을 배분하는 피닉스 펀드의 투자제안서 상에는 '신규노선 인허가 완료'로 기재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비정기노선 인허가 완료, 정기노선 인허가 신청' 상태로 기재된 상태였다. 이후 정기노선은 인허가가 불허됐고 이로 인해 해당 펀드에 손실이 발생한 것. 당시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SK증권을 상대로 투자자들이 소송을 진행한 결과 대법원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해 투자원금 전액 반환이 이뤄졌다.


한편 이번 분조위 결정은 권고 사안이다.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는 20일 안에 조정안을 수락할지 결정해야 한다. 판매사가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거부하면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다. 금감원은 이럴 경우 투자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정 다툼을 벌여도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로 전액 반환을 받아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판매사들도 법정 다툼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조정안을 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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