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1조 규모 회사채 조달, 코로나19로 유동성 확보 시급
향후 음료, 쇼핑, 제과 지분 추가 매각 전망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롯데그룹이 계열사 내 지분 정리에 속도를 내고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롯데지주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고 있다. 면세점 사업 부진으로 호텔롯데 상장 지연이 불가피한 만큼 지분 정리를 통해 지주사인 롯데지주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해 온 롯데푸드 주식 15만436주(555억원)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취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호텔롯데는 10만845주(372억원, 8.91%), 부산롯데호텔은 4만9591주(183억원, 4.38%)로 각각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지분 취득을 통해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푸드 지분은 23.08%에서 36.37%로 13.29%p 증가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는 "자회사 지분 추가 취득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호텔롯데는 "투자사업부문 효율화 및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 계열사 두 곳은 유동성 확보를,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주요 계열사의 지분 확대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원롯데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거래로 롯데푸드 지분을 보유한 일본 롯데 계열사는 L제2투자회사 한 곳만 남게 됐다. 이 회사는 일본 롯데홀딩스 자회사로 롯데푸드 지분 4만9096주(4.34%)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롯데지주가 이 지분도 매입하게 되면 롯데푸드는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지게 된다.
롯데푸드는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계열사다. 롯데지주는 푸드, 음료, 제과, 쇼핑 등 4개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탄생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호텔롯데는 이번에 매각한 롯데푸드 외에 롯데지주(11.10%), 롯데제과(2.11%), 롯데칠성음료(5.92%), 롯데쇼핑(8.86%), 롯데지알에스(18.77%)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텔롯데가 이들 주요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에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주사의 지배력 확대 효과를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호텔과 면세점 사업 모두 부진을 겪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호텔롯데 올 들어 회사채 시장에서만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차입금과 사채 규모는 7조2797억원으로 1년 전인 작년 1분기 6조178억원과 비교해 21.0% 증가했다.
한편 롯데지주는 11일 롯데푸드 지분과 함께 롯데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1.45%(49만5732주)를 274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전량으로 롯데지주가 보유한 지분율은 46.04%로 증가했다.
롯데지주 입장에서는 롯데쇼핑의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롯데케미칼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8년 10월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2년 내 다른 롯데지주 자회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