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근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
"집안 정돈 잘 하는 게 대선 치르는 데 유익할 것"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
11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미국 관련 질문에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데도 유익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권 국장은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대표단 일원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권 국장은 "9일 미 국무성 대변인실 관계자가 북남관계 진전을 지지하며 조선의 최근 행동에 실망하였다느니, 조선이 외교와 협력으로 복귀할 것을 요구한다느니, 동맹국인 남조선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느니 하는 부질없는 망언을 늘어놓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며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에서 불붙은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혼란한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북남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하는 것 같으면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염증이 난다"며 "지난 2년간 배신과 도발만을 거듭해온 미국과 남조선 당국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환멸과 분노에 미국의 그 '실망'을 대비나 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 인민의 격앙된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느냐"고 부연했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현지시각) 북한의 남한에 대한 연락망 차단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며 "우리는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