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체제 가동으로 조기 복당 멀어졌지만
당 밖에서 장기 살려 존재감 키워갈 듯
21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이사를 마치고 사무실을 정비하는 의원실은 저마다 분주하지만, 그 중에서도 손님이 많이 드나드는 소위 '중진' 의원의 방은 더욱 정신이 없다. 미래통합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살아 돌아온 홍준표·김태호·윤상현·권성동 의원 역시 다르지 않다.
당장 무소속이긴 하지만,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말대로 "잔뼈 굵은 분들"로 언젠가 통합당으로 복당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기에 묵직한 존재함을 과시한다. 이들 방에 인사를 하러 오는 통합당 초선 의원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당내 존재감을 확인시켜 준다는 해석이다.
다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가동되면서 복당 시기 자체는 미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념·노선 재정립, 전국 조직 재정비, 내년 4월 재보선을 위한 인물 발굴 등 시급한 과제가 우선순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큰 이들이 당내에 들어와 김 위원장과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경우 마땅히 저지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취임 직후부터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을 중시해온 김 위원장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당내에서는 총선이 끝난 후 지금까지 나온 여러 복당 시나리오들 중에서 '내년 4월 비대위 체제 종료 직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가장 커졌다로 보고 있다.
무소속 4인방 역시 조기 복당에 큰 뜻을 두지는 않고 있다. 무소속 4인 중 유일하게 복당 신청서를 냈던 권성동 의원도 마찬가지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통합당 지도 체제가 정비된 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대신 이들은 각자 장기를 살려 당 밖에서 존재감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22년 대선 출마 의지가 확고한 홍준표 5선 의원은 전국 버스킹 투어를 떠난다. '페이스북 정치' 등 직접 소통에 강한 면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홍 의원이 각을 세우고 있는 김 위원장 통합당을 지휘하게 되면서 홍 의원의 '민심 투어'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홍 의원은 지난달 22일 “개원이 되면 전국적으로 대국민 정치 버스킹에 나서겠다”며 “제가 과연 국가를 운영할 자질이 되는지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기회를 갖겠다”고 예고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윤상현 4선 의원은 전문성을 살려 중요 이슈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된 대북 전단 금지법부터 백선엽 예비역 대장(장군)의 현충원 안장 문제, 홍콩보안법 등 이슈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4선의 권성동 의원은 '복당 후 원내대표 도전'을 공식화했다. 권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당에 복당하게 되면 우선 지리멸렬한 야당을 재건하는데 열과 성을 다할 작정이다"며 "그러다 보면 원내대표에 도전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오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