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침체·사업 환경 악화 우려
재판·수사에 발목잡힐 가능성도...11일 대국민 사과 '주목'
지난 2년간 뉴 삼성을 기치로 새로운 미래로 향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앞에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놓여져 있다.
아직 현재 진행형인 국정농단 재판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업 불확실성도 증대됐다. 당장 윤리경영을 화두로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대국민 사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다. 사업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위기를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면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19가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해외 법인들의 생산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고 소비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속에서 유통망 폐쇄 등으로 인한 판매 타격 등 삼중고가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재확산될 수 있어 사태 장기화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크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실적으로 매출액 55조3252억원과 영업이익 6조4473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코로나19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경기의 장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하반기 전체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산업에 미칠 파고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트(완제품)와 부품으로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져 있는 삼성전자로서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재판·수사 현재 진행형...사법 리스크 해소 시급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이 시급해진 상황임에도 이 부회장은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국정농단 재판은 여전히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구속기소됐던 이 부회장은 그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2월 2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8월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해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내면서 지금까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현재 특검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하면서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곧 재개될 전망이다. 특검이 기피신청 기각에 불복해 지난달 23일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인데 이에 대한 판단만 나오면 재판은 바로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도 연결되는 사안이어서 국정농단 재판에서 화두가 됐던 경영권 승계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삼바 증거인멸 의혹 관련 재판은 지난해 말 1심 판결이 나왔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그동안 분식회계 관련 의혹은 수사가 큰 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검찰이 그동안 확실한 물증을 내놓지 못했던 터라 상황의 반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이외에 노조 이슈와 관련,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재판도 1심 판결 이후 검찰의 항소가 이뤄져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재판과 수사 결과에 따라 상상하기 싫은 경영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날로 악화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사업 경쟁력을 키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경영 행보에 발목이 잡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상경영 상황에서 오너 부재로 인한 경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 최대 기업 그룹에 미칠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오너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절감했던 삼성으로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은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때 국내 최대 기업그룹 총수의 부재는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준법위가 권고한 대국민 사과...어떤 내용 담길까
코 앞으로 다가온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담길 내용도 주목되고 있다. 이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오는 11일로 예정돼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2월 삼성의 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위원회는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외부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준법위는 한 달여간의 논의를 통해 지난 3월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의혹, 노조 문제 등에 대해 반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권고했다. 당초 지난달 10일까지가 시한이었지만 삼성측이 추가 논의의 필요성과 코로나19 확산 영향 등을 이유로 기한 연장을 요청해 오는 11일로 한 달 가량 미뤄졌다.
삼성측이 당초 시한 이틀을 앞두고 연장 요청을 하면서 대국민 사과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깊은 고심의 흔적이 드러났다. 준법위가 권고문에서 제시한 의제들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와 연관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라는 점에서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준법위 권고를 이행하면서도 최대한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으로 아직도 계속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준법위 권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다보면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이 나올 수 있고 보다 신중하게 대응하면 자칫 진정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는 데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사과문이 어떤 내용과 수준으로 나올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