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김종인 '관리형 비대위'…가능성 0에 수렴
둘째, 김종인 '셀프 임기연장'…정치적 불가능
셋째, 새 원내대표가 당헌 개정안 발의 재추진
넷째, '김종인 비대위' 폐기하고 조기 전당대회
미래통합당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된 채 전국위원회만 열려,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당헌 부칙은 그대로 놔둔 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만 의결됐다. 누구도 상상 못한 상황을 맞이한 통합당의 향후 갈 길은 네 갈래로 압축된다.
'8월 31일 전당대회' 수락하고 '관리형 비대위'?
"김종인 그런 의미없는 짓 안 한다는 것은 분명"
첫째는 김종인 위원장이 당헌 부칙상의 제한을 받아들인 채 전국위의 의결을 받아들여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종인 비대위'의 성격은 전당대회 전까지 통합당을 관리하는 이른바 '관리형 비대위'가 된다.
조경태 통합당 수석최고위원은 28일 전국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위원장이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수용하는지 이 부분을 분명히 물었어야 했다"며 "본인은 욕심도 없다고 했으니, 현재 당헌인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헌을 수용하면 '반(反)김종인'파의 반발 명분은 사라진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비대위를 꾸리는 이유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0에 수렴하는 시나리오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의 목표를 2022년 대선을 치러낼 수 있는 정당으로의 체질 개선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 '8월 31일 이내 전당대회'라는 임기 제한 조항은 목표 달성 불가능 조항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측 핵심관계자는 이날 전국위 의결 직후 "이번 전국위 결정은 비대위원장 추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맡지 않겠다"가 아니라 "이것은 추대가 아니다"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맡을 생각은 여전히 있지만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라는 당헌 부칙이 제거된 상태로 추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저녁 김 위원장을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예방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8월 31일까지만 비대위를 맡으시라고는 우리도 제안할 수 없고, 김종인 위원장도 그런 의미없는 짓을 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드러난 상황"이라며 "이 두 가지는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일단 비대위원장된 뒤 '8·31前 全大' 부칙 삭제?
"자기가 자기 임기 연장 당헌개정은 원천 불능"
둘째는 김종인 위원장이 일단 전국위의 의결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뒤, 상임전국위를 소집해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라'는 당헌 부칙 제2조 2항을 폐지하는 당헌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상임전국위원을 우호적 인사들로 개임(改任)한다면 발의는 불가능하지 않다. 상임전국위원들은 대부분 당대표 임명직이다. 당헌 제22조 3항 6호부터 9호까지 18인의 전국위원이 당대표 임명직으로 규정돼 있다. 상임전국위의 현 총원이 45인이고 과반이 23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결을 좌우하기에는 충분한 숫자다. 비대위원장은 당대표의 권한을 행사하므로 상임전국위원들의 개임도 가능하다.
문제는 이날 당헌 개정안 처리는 무산되고 비대위 임명안만 의결되면서, 당헌 부칙 제2조 2항이 마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임기 조항'처럼 성격이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8월 31일까지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당헌 규정이 엄존해 있으니, 자연히 비대위는 그 전까지만 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당헌 부칙 '전당대회 조항' 개폐는 자기 임기 조항을 스스로 고치는 것이 된다. 이론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조해진 당선인은 이날 전국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뒤에 (전당대회 부칙을) 개정한다는 것은 자기 손으로 자기 임기를 연장하는 게 아니냐"라며 "그게 무슨 모양이냐"라고 질타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심재철 대표권한대행이 전국위에서 "앞으로 당헌 개정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김재원 의장은 김 위원장을 예방하고 나서는 길에 "자기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자기 임기 연장을 위해 당헌을 개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본인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계실 것"이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당헌 개정안을 발의하더라도 의결에는 전국위 재적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적 과반 출석, 출석 과반 찬성이 아니다. 이날 전국위에서도 재적 639명 중 '김종인 비대위' 임명안에 177명이 찬성한 것에서 드러났듯이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의결 불능이다. 당헌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전국위에서 부결되면 비대위 동력에 치명타라는 점에서 '셀프 발의'는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내달 8일 원내대표 선출 뒤 상임전국위 재추진?
지도부 열흘간 공백…"공중분해 표류는 막아야"
셋째는 내달 8일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당선자총회에서 선출될 새 원내대표 주도로 다시 상임전국위를 열어 당헌 개정을 한 뒤 김종인 위원장을 옹립하는 것이다. 이날 상임전국위 성원 미달 무산으로 심재철 대행에게는 더 이상 뭔가를 추진할 동력이 사라졌다는 점을 고려한 시나리오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대안부재론은 여전하다"며 "일단 냉각기를 좀 갖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의 파국은 당선자총회를 열기에 앞서 비대위부터 출범하려 했던 현 최고위의 '밀어붙이기'에 대한 당선자들의 반발과 '무제한 임기' '전권' 등 사실과 다른 용어들이 튀어나오면서 불거진 거부감이 원인이므로, 열흘 정도 반발과 거부감이 가라앉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내달 8일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당 수습 방안은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김종인 비대위' 외 대안부재론을 내세운 후보가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면, 그 과정에서 당선인들의 총의는 모여진 것이므로 다시 한 번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소집할 동력이 생긴다.
문제는 내달 8일까지 열흘 정도 지도부의 완전 공백 상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김종인 비대위'로의 전환이 좌초된 현 최고위는 더 이상 뭔가를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다. 원내대표 경선을 관리할 책임이 있으니 그렇다고 해서 총사퇴도 불가하다. 결국 내달 8일 새 원내대표 선출 때까지 당이 '무정부 상태'에 빠진다는 단점이 있다.
김재원 의장도 "이 상태로 당 지도부가 공중분해돼서 상당 기간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대위를 출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며 "(비대위 전환이 되지 않은 지금) 최고위원들과 함께 의논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중지를 모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 안 폐기한 뒤 조기 전당대회?
"당심과 민심 사이의 괴리 교정할 시간 부족"
넷째는 김종인 위원장의 추대 거절 의사를 받아들이고 조기 전당대회로 향하는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서는 이 시나리오로 가게 될 여지도 있다. 이 경우에는 '김종인 비대위'는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된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당 수습 방안이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내세운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김종인 비대위'는 더 이상 살아있는 카드라고 볼 수 없게 된다. 물론 전국위에서 임명안이 의결됐던 사실 자체는 효력이 있지만 '당헌대로 8월 31일까지만 하시라'고 요구해 당사자의 '싫다'는 답이 돌아오면, 당사자의 추대 거절로 전국위 의결은 효력을 상실한 셈이 된다.
이 경우에는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겸임하면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성격의 '관리형 비대위'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현행 당헌 부칙 제2조 2항대로 8월 31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하면서, 통합당은 본격적인 당권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이 시나리오의 문제점은 4·15 총선에서 유례없는 참패를 당했던 통합당이 국민 앞에 성찰과 반성의 모습을 보여줄 틈이 없이 당권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칫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당원들의 총의가 반드시 현명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2·27 전당대회의 결과를 4·15 총선을 치른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해도 결코 현명했던 선택이라고는 볼 수 없다.
통합당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혁신비대위를 거치면서 현재 상당히 어긋나 있는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을 접근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당장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면 또 민심과 괴리된 지도부가 탄생할 수 있다"며 "이번에 잘못된 지도부가 선출되면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사상 초유의 전국단위 선거 6연패의 참상 속으로 당이 빠져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