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락 재고손실로 정유서만 1조1900억원 손실
코로나發 경영 위기, 정유 4사 줄줄이 적자 전망
에쓰오일이 올해 1분기 1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산유국간 '증산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폭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 절벽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에 '어닝쇼크'가 감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1조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704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한 상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조1984억원으로 4.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8806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올해 4773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유 부문에서의 손실 폭이 예상보다 커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1분기 정유 부문에서만 1조19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56.1% 감소한 665억원, 윤활기유는 310.8% 증가한 116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정유 부문은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에쓰오일의 1분기 재고관련손실은 7210억원을 나타낸 상황이다.
통상 정유사들이 원유를 국내에 가져오기까지는 중동 두바이유 기준 약 20일이 걸린다. 이 기간 제품 가격이 원유 대금보다 더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는데, 유가 하락에 손실을 보게 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1분기 기록한 1조원의 영업손실 대부분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원가계산방식 및 래깅 마진으로 인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이 없어지면 실적은 반등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실적 쇼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다음 달 6일 SK이노베이션, 14~15일에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들 업체만 3조원 규모의 적자가 전망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마이너스 37.63달러를 기록한 이후 회복 중에 있지만 수요 절벽으로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16.94달러, 중동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0.04달러 오른 18.17달러에 장을 마쳤다.
정유사들의 핵심 이익 지표인 정제마진 또한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4월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마이너스 0.9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