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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갱생 강조하는 北, 대북사업 속도내는 南


입력 2020.04.23 04:30 수정 2020.04.22 22:1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 매체 "원조‧협력 목적은 정치·경제적 예속"

김정은 건강이상설‧코로나19 여파…南 제안 호응 가능성 낮아

정부, 동해북부선 남북교류사업 지정 계기로 남북사업 속도 낼 듯

2019년 12월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도로표지판 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집권여당의 4‧15 총선 압승 이후, 대북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들이 잇따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여진까지 지속되고 있어 우리 정부 제안에 북측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자력갱생은 우리 당의 일관한 정치노선'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남의 지원이나 방조에는 한계가 있고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라며 "힘의 강약과 이기적 목적에 따라 국가 관계가 좌우되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자기 것이 없고 자강 의지가 없으면 존엄은 고사하고 생존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자력갱생 노선은 우리 국가와 인민의 자주적 존엄을 굳건히 지키기 위한 가장 정당한 노선"이라며 "자력갱생에 자립적 발전과 부강번영의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자력갱생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순간의 화려한 변신이나 일시적 부흥이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의 튼튼한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외세 의존은 예속과 망국의 길이다'는 제목의 글에서 "남을 쳐다보고 비위를 맞추면서 살아가던 나라와 민족이 처한 파국적 운명은 '남에 대한 의존심은 곧 예속이며 망국'이라는 것을 확증해준다"며 "제국주의 본성을 가려보지 못하고 원조나 협력에 기대를 거는 나라들은 예속의 올가미에 스스로 목을 들이미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체는 이어 "제국주의자들이 염불처럼 외워대는 원조나 협력의 목적은 뒤떨어진 나라들과 마음에 들지 않는 나라들을 정치·경제적으로 예속시키고 서방화하여 지배주의적이고 약탈적인 질서를 세우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도 했다.


정부, 동해북부선 계기로 남북사업 속도 낼 듯
남북 정상, 4‧27 판문점 선언 통해 철도연결‧현대화 합의


지난해 말 대북 제재에 맞선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북한이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는 셈이지만, 정부는 동해북부선 사업을 계기로 남북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오늘(23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통해 동해북부선 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해당 사업이 협력사업으로 인정될 경우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절차를 밟게 돼 관련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남북철도 연결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동해북부선은 강릉에서 고성 제진을 잇는 110.9㎞의 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남북 정상은 2년 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철도 연결 및 현대화에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남측 구간에 대한 정비를 마친 뒤 남북 간 철도연결을 성사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관련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는 북한, 중국,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거쳐 영국 런던까지 닿게 된다.


전문가들 "대북제재 저촉 우려…北 호응 가능성도 낮아"
코로나 안정기에 北 반응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정부가 교추협 의결을 계기로 본격적인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호응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 건강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남북 사업이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어 건강이상설과 무관하게 김 위원장이 한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던 만큼 "북한이 스스로 문을 열거나 청신호를 줄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휴전선까지 우리가 (철도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휴전선을 넘어가는 건 큰 퀘스천 마크가 찍힌다. 남북 철도 연결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대북 제재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전 전 원장은 "실질적으로 착공에 들어가면 제재에 대한 규정‧절차 위반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재작년에도 제재 문제로 '착공식'이 아닌 '착수식'만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내외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각에선 코로나19가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5월 이후 북한이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앞서 한 대담회에서 "5월 첫 주가 되면 (국내)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이 돼 생활방역체제로 바뀔 것"이라며 "5월 초에서 6월 국회 개원 전까지 북에서 뭔가 연락이 올 거라 본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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