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공정 문제로 대산공장 7개 공장 셧다운
대규모 설비 정비 땐 1년 이상 가동 차질
업황 부진에 시달리던 롯데케미칼이 폭발 사고라는 악재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연간 110만t을 생산하던 공장 폭발 사고까지 일어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5일 소방당국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전날 오전 3시께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서산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원유를 정유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공정(NCC·Naphtha Cracking Center)에서 최초 폭발이 일어난 상황이다. 이 사고로 중상 2명을 포함해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 36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악재로 인해 당장 7개의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중단된 공장은 NC(나프타크래커센터), BTX(방향족·벤젠 톨루엔 자일렌), BD(부타디엔),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등이다. 나머지 6개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폭발은 석유제품인 NCC의 압축공정서 이상이 발생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곳이다. NCC는 원유 정제 부산물인 나프타에 1200℃ 이상의 열을 가해 에틸렌을 만든다. 에틸렌은 각종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며 텔레비전이나 휴대폰을 만드는데 쓰인다.
사고가 난 대산공장은 에틸렌 생산량이 110만t에 이르러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110만t으로 롯데케미칼 연결 기준 전체 에틸렌 생산능력의 약 26.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우호 메리츠중권 연구원은 “화재의 원인이던 압축기의 설비 교체가 이뤄진다면 해당 제품 인도 시점을 감안하고 공장의 100% 정상 가동률 회복까지 최소 6개월 혹은 그 이상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고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 하락한 3966억원, 순이익은 5751억원으로 24%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석유화학 업계는 에틸렌을 통한 수익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어서 롯데케미칼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에틸렌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대표적인 석유화학 원료다. 업계는 수익성의 기준이 되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차액)이 급락하면서 시름이 깊었던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해 1분기 t당 455달러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 158달러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압축기를 비롯해 배관이나 파이프라인의 문제로 볼 수 있어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대규모 설비 교체 등이 필요할 경우 1년 이상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