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중 증가 유일…1월 감소 공식 깨고 '마이웨이'
비용 적은 저원가 예금…이자 마진 부진 극복 '드라이브'
하나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MMDA) 보유량이 올해 들어 국내 4대 시중은행들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MDA는 언제든 고객이 돈을 입출금할 수 있는 대신 저축성 예금에 비해 이자가 적은 상품으로, 통상 연말에 정점을 찍고 연초에 다소 줄어드는 계절적 특성을 고려하면 최근 하나은행에서 감지되는 흐름은 이례적이란 평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부진한 이자 마진을 메꾸기 위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예금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MMDA 잔액은 총 81조3462억원으로 지난해 말(85조4149억원)보다 4.8%(4조687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MMDA는 은행의 대표적 단기 금융 상품으로, 가입 시 적용되는 이자율이 시장 금리의 변동에 따라 결정된다.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한 만큼 일반 예·적금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금리가 낮다. 넣어둔 돈이 500만원 미만의 소액이거나 법인의 경우 예치 기간이 7일 미만일 때는 이자가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MMDA만 성장세를 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이 확보한 MMDA 잔액은 27조1348억원에서 27조8264억원으로 2.5%(6916억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개인보다 기업 고객들을 중심으로 MMDA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은행 MMDA는 27조4535억원에서 23조9138억원으로 12.9%(3조5397억원) 줄었다. 국민은행 역시 18조2182억원에서 17조9158억원으로, 신한은행도 12조6084억원에서 11조6902억원으로 MMDA 보유량이 감소했다.
이처럼 연초부터 시작된 하나은행의 MMDA 독주는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으로 풀이된다. MMDA와 보통예금처럼 고객이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연말에 확대됐다가 연초에 축소되는 게 보통이다. 연말에 상여금과 성과급 등이 지급되면서 잠시 통장에 넣어두는 돈이 늘었다가, 새해 설 명절 등으로 인해 현금 수요가 커지면서 요구불예금에 들어 있던 부동 자금을 꺼내 쓰는 이들이 많아져서다.
실제로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은행들의 MMDA는 새해 들어 어김없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말 4대 시중은행들의 MMDA 잔액은 76조5405억원으로 전년 말(79조9826억원) 대비 4.3%(3조4421억원) 감소한 바 있다. 당시에는 하나은행의 MMDA도 25조6545억원에서 24조762억원으로 6.2%(1조5783억원) 줄었다.
하나은행 입장에서 MMDA 확대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은행 입장에서 MMDA 등 요구불예금은 저축성 예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에게 내줘야 할 이자가 적은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즉,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란 얘기다.
가뜩이나 하나은행의 이자 수익률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결국 이자 마진을 개선하기 위해 비교적 출혈이 적은 예금 상품 영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최근 영업 현장에서 하나은행이 저원가성 예금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자마진(NIM)은 1.49%에 그치며, 나머지 3개 조사 대상 은행들의 평균(1.55%)을 밑돌았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예대 마진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를 넘어 올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은 은행들의 원가 절감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떨어질수록 은행의 이자 마진도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과 달리 새해 초부터 예금 영업에 불이 붙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현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수익성 악화를 최대한 방어하기 위한 은행들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