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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남과북] 북미대화 정말 무산될까?


입력 2020.01.02 04:49 수정 2020.01.01 20:58        이배운 기자

김정은 역대 최대규모 전원회의…대미 강경노선 전환 시사

"억제력 강화의 심도는 미국의 입장에 따라 조정"…대화 여지 남겨놔

강대강 충돌, 북미 양측에 이득없어…대화의끈 붙잡고 탐색전 유지할 듯

김정은 역대 최대규모 전원회의…대미 강경노선 전환 시사
"억제력 강화의 심도는 미국의 입장에 따라 조정"…대화 여지 남겨놔
강대강 충돌, 북미 양측에 이득없어…대화의끈 붙잡고 탐색전 유지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대미 강경노선 선회를 예고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중단 폐기를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파렴치한 미국이 조미대화를 악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대미 강경노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가 맞물려 북미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무력충돌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 한해 북미대화 진전은 어려울 수 있어도 최소한의 대화의 끈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강대강 충돌은 북미정상 양측에 별다른 이득이 될 수 없는 만큼 당분간은 대립각만 세운 채 탐색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우리의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과 대화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미국이 시간을 끌수록, 조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게 돼있다"고 경고한 것도 아직 북한의 행동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는 의미로 해석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연초에 곧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전략 5개년이 완료되는 해지만 대북제재 강화로 경제 사정이 더욱 악화되면 주민들의 반발도 커질 수 있는 탓이다.

때마침 미중 간 무역협상의 1차적 타결이 이뤄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통해 대북 지원 축소를 요구할 수 있다. ICBM 발사는 중국의 외교적 목표인 '주변국 안정'을 해치는 행동인데다 대북제재 강화 요구를 반대할 명분도 없는 문제인 만큼 시 주석은 대북 압박의 끈을 조일 것으로 보인다.

북중 접경지역 무역과 중국인 관광객을 중요한 수입원으로 삼고있는 북한에 중국의 압박은 직격타다. 이에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상황을 살펴 점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이며, 향후 전략적 판단에 따라 '평화적 우주개발'을 명분으로 내세운 인공위성 로켓발사 실험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의 문을 열어 놓은 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과잉대응을 하지 않는 선에서 오는 11월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내정치를 위해 외교정책을 남용했다'는 사유로 탄핵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당분간 북한의 부분적 핵 보유를 묵인하는 '나쁜 거래'를 선택하기 보다는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원칙을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만약 김 위원장이 대미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 민주당 경선주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외교가 실패했다고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대선에서 미중관계를 제외한 외교문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무난하게 수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이 일탈 행보를 자제하면서 일정 한도 내 불만 표출 정도의 기조를 지키고, 상원에서 탄핵이 부결되고 2월부터 미 대선전이 본격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3~4월 경에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내년 미 대선을 통해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북미 대화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 의회는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 방법은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다만 김정은 정권의 최대 약점중 하나로 꼽히는 '인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북미 갈등이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북한 인권문제 거론을 최소화 하고 있지만, 워싱턴 내에서는 핵 폐기를 대가로 독재체제를 묵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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