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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정부의 연이은 기습 경고에도 집값 계속 오르는 이유


입력 2019.10.02 06:00 수정 2019.10.02 06:06        원나래 기자

관리처분 인가 재건축 단지 상한제 적용 유예 등 방안 발표

“규제가 공급 부족·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 자극…상승세 계속”

관리처분 인가 재건축 단지 상한제 적용 유예 등 방안 발표
“규제가 공급 부족·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 자극…상승세 계속”


서울 구별로도 송파구(1.21%), 강남구(0.71%), 영등포구(0.61%), 중랑구(0.46%) 등 전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기를 두고 이견을 보이던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갑작스럽게 이와 관련된 공동 브리핑을 진행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예고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과열 현상이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기습 경고를 날린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분양가상한제가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 관리처분인가 재건축 단지, 상한제 면제…동별로 핀셋 지정도

기재부와 국토부는 1일 오후 3시 서울청사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에 대한 합동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합동 브리핑에 따르면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갭투자 축소 유도를 위해서는 고가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제도 강화되는 등의 대출규제를 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를 포함한 31개 투기과열지구에 적용할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지역 지정도 세분화한다. 지구단위가 아니라 집값 불안우려 지역을 선별해 동별로 지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예고 이후에도 오히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이번 경고에도 매수자들의 다급해진 매수심리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 위축 현상이 나타나면서 신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월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9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0.38%)은 모든 유형의 주택이 상승했다. 상품별로는 아파트 0.45%, 연립주택 0.35%, 단독주택 0.14% 순으로 각각 올랐다.

서울 구별로도 송파구(1.21%), 강남구(0.71%), 영등포구(0.61%), 중랑구(0.46%) 등 전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KB부동산 리브온 연구위원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 발표 이후 신축 단지 대상으로 매도 호가가 오르고 있다”며 “재건축 단지들도 매물이 귀해 거래는 없어도 호가가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남구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발표 이후 기존 10년 차 이내 단지들의 수요는 증가 했으나 매도호가가 많이 올라 거래가 쉽지 않다”며 “다만 분양가 상한제와 상관없이 재건축 시장의 저가 매물을 선점하려는 매수 문의는 꾸준한 편이고,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한 단지들은 높은 호가에도 간간이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상한제 발표 이후 재건축 상승세 재확대…집값 전망지수도 1년만에 100 넘어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만히 뒀으면 안정됐을 부동산 시장에 정부의 각종 규제들이 더해지며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이라는 불안 심리마저 자극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날 합동 브리핑을 통해 “고분양가에 대응한 상한제 개선방안 발표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던 재건축은 최근 상승세 재 확대됐다”며 “이에 따라 최근 서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2007년에 시행된 과거 분양가상한제는 전면적으로 시행된 반면, 이번에는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에 선별적으로 시행된다”면서 “일부에서는 정비사업 위축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사업성이 확보되는 수준에서 과도한 이익을 적정화하는 것이므로 위축 우려는 크지 않다”고 강조하며 주택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초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분양시점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사업지연 우려는 낮다”며 “서울 도심 유휴지 개발과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가구 공급계획 등을 통해 중장기 주택공급 확대도 병행 추진해 보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지표에서 알 수 있듯이 공급 부족에 따라 서울 집값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년 만에 100을 넘기며 하락에서 보합으로 전환됐다. 지난 해 106.6을 기록한 후 내림세를 보이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올해 3월부터 상승세를 이어왔다. 전망지수의 기준인 100 이상을 넘는 지역은 대전(116)과 서울(110), 인천(103), 경기(102) 등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집값 상승이 잠시 멈추겠지만 이후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많은 이 두 가지 경우인데 이를 가만두고 가격만 규제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하는 주택 공급량은 계획량에 불과하다”며 “올해 서울 입주물량이 4만2892가구, 내년 4만1200가구지만, 내후년엔 2만가구로 반 토막이 난다. 2021년도에 전국 모든 곳에서 입주물량이 절반이 줄어드는데 수요자가 유지된 상황에서 집값은 당연히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최근 미·중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 경제보복 영향 등으로 경기둔화 가능성이 고조되며, 일단 10월말까지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완료하되 정확한 제도의 시장 적용 시기는 유보하는 모습”이라며 “투기과열지구의 동 단위 적용으로 임대차시장과 공급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집값 급등우려지역을 정밀 타깃 하려는 숨고르기가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3분기처럼 서울 집값이 단기 급등하지 않는 이상 연내 상한제 시행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저금리가 이어지는 와중이라 상한제의 효과가 서울 집값 하락으로 바로 이어지기 한계가 있고 정비사업의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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