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인 매도세로 전환⋯원·달러 환율 31개월 만에 1200원 돌파
원화 가치 하락 외국인 이탈 요인⋯"당분간 국내 금융 시장 불안 불가피"
이달 들어 외국인 매도세로 전환⋯원·달러 환율 31개월 만에 1200원 돌파
원화 가치 하락 외국인 이탈 요인⋯"당분간 국내 금융 시장 불안 불가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의 경제제재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2년 7개월 만에 1200원 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통상 원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있어 시장 이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단기 수급에 있어서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달 들어 전장까지 총 7923억2083만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지난 7월까지 2조원 대에 가까운 매수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아직 8월 이후 3거래일밖에 지나지 않아 속단하기 이르지만 거래 방향성만큼은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전환한 데는 환율 급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초 1156.4원에 불과하던 원·달러 환율은 7월 말 1184원을 넘어섰고 지난 5일에는 1215.35원으로 거래를 종료,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던 1200원선을 내주고 말았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환율 1200원 대는 31개월 만이다.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이 다음 달부터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 3000억 달러(한화 약 364조5000억원)에 대해 10%에 해당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변동성을 키우는 악재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환율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정희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상향 돌파했다"며 "지난주 코스피가 5% 이상 급락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1180원대를 유지했지만, 미국의 중국 300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부과를 오는 9월1일부터 실시하겠다는 소식에 약세 압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이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고 지난 2일 발표, 2017년 1월 이후 처음 1200원을 상회했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갈등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높은 변동성 국면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1194원을 넘어서며 1200원 선이 위협받았다. 4월에만 2조600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인 외국인들은 5월 한 달 동안 3조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22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지수는 2020선까지 떨어졌고 700선 중반 대를 유지하던 코스닥도 690선 후반까지 밀린 바 있다.
따라서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수급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환차손 등의 문제로 외국인들은 강한 매도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내 증시에 미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이 정점에 달한 만큼 반등 모멘텀 잡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일 코스피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은 38.47%로 집계돼 연초 35.89% 대비 약 7.19% 증가했다. 그만큼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단기적 악영향이 계속해서 심리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는 가운데 8월 말로 예정된 MSCI 리밸런싱으로 한국 비중 축소에 따른 외국인 수급 요인도 당장 달러화 수급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악재로 인해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당분간 높아질 전망"이라며 "이는 정부의 1200원 사수 의지가 약화될 수 있는 대내·외 여건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한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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