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銀 임직원 관련 지출 일제히 증가…1년 새 10% 이상↑
이번 달로 52시간제 도입 유예기간 종료…비용 압박 가중
6대銀 임직원 관련 지출 일제히 증가…1년 새 10% 이상↑
이번 달로 52시간제 도입 유예기간 종료…비용 압박 가중
금융권에도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 본격 가동이 임박하면서 은행들의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안 그래도 인건비가 늘어나고 있던 와중 주 52시간 실시로 관련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예고된 태풍에 대비해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은행들이 감내해야 할 짐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가 은행 전체로 확대 실시된다. 업무 특성 상 금융권은 주 52시간제 도입을 1년 유예 받았지만, 그 기한이 이번 달 말로 끝나게 되면서다. 이로 인해 향후 은행들은 인건비 증대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 업무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근무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직원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은행들의 인건비 씀씀이가 늘어 왔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이 급여와 복리후생비, 퇴직급여 등 임직원들에게 나간 지출은 총 2조883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312억원) 대비 13.9%(3521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인건비가 하나 같이 불어난 모습이었다. 국민은행의 임직원 관련 비용이 같은 기간 5783억원에서 6731억원으로 16.4%(948억원) 늘며 가장 액수가 컸다. 이어 하나은행이 3927억원에서 5614억원으로, 농협은행이 5171억원에서 5227억원으로 각각 43.0%(1687억원)와 1.1%(56억원)씩 증가하며 해당 지출이 5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임직원 비용 역시 3665억원에서 15.8%(578억원) 늘어난 4243억원을 기록했다. 또 신한은행은 4072억원에서 4179억원으로, 기업은행은 2694억원에서 2839억원으로 각각 2.6%(107억원)와 5.4%(145억원)씩 관련 지출이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인건비가 늘어난 주요인으로는 희망퇴직금 지급 등 임직원 감축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꼽힌다. 실제로 임직원 비용이 가장 컸던 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에 발생한 448억원의 해고급여가 인건비 확대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국민은행 다음으로 관련 지출이 많았던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해고급여가 1317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인건비를 좌우하는 핵심은 역시 직원 규모에 달려 있다. 은행들이 최근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근속 연수가 긴 기존 인원들을 정리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신규 채용을 확대하면서 전반적인 직원 수는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의 직원 수는 총 8만6262명으로 1년 전(8만5597명)보다 0.8%(665명) 증가했다.
결국 이렇게 식구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실행되는 주 52시간 제도는 은행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은행들은 선제적인 근무 구조개선에 주력해 왔다. 근무 시간 이후 강제적으로 컴퓨터를 끄도록 하는 피씨 오프제를 주요 대형 은행들이 모두 도입한 것은 이 같은 대표적 사례다.
근로 시간 단축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도 등장했다. 신한은행은 짧은 회의를 위한 알람시계를 배포했고, 국민은행은 프레젠테이션 보고서를 금지시켰다. 우리은행은 1장 내 회의 자료와 1시간 내 회의, 1일 내 피드백을 골자로 한 111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주 1회 회의와 1시간 내 회의, 1일 전 자료 배포를 정착시키기 위해 진행 중인 하나·하나·하나 캠페인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이런 노력으로 은행들에 주 52시간제는 이미 상당 부분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 나온다. 그럼에도 주 52시간제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인건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제도 변화 이후 은행들의 비용 절감 움직임이 한층 가속화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 축소와 희망퇴직 확산 등의 영향으로 자리를 떠나는 행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일시적 비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더해 신규 채용 확대로 늘어나는 급여는 은행들의 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자리 나누기를 기반에 깔고 있는 52시간 제도의 의미와 정부의 고용 창출 압박 기조 등을 감안하면 채용을 제한하기는 힘든 여건"이라며 "불어난 인건비를 다른 곳에서의 지출 감축으로 만회하기 위한 은행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52시간제를 계기로 한층 심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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