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별세로 조원태 체제로 전환 가속화되는 한진
박삼구 사퇴로 외부 인사 영입...박세창 주목되는 금호
조양호 별세로 조원태 체제로 전환 가속화되는 한진
박삼구 사퇴로 외부 인사 영입...박세창 주목되는 금호
국내 두 항공그룹이 갑작스러운 오너의 공백 속에서 경영체제의 변화를 맞게 된 가운데 향후 3세 경영 체제가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경영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간 그룹과 계열사들을 이끌어 온 부친이 떠나면서 불가피해진 공백을 잘 메우는 한편 변화 과정에서의 위기 극복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10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향후 3세 경영체제 본격화를 위한 채비를 갖춰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각각 사망과 사퇴로 오너 최고경영자(CEO) 공백이 빚어져 당분간 비상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시기에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3세 경영으로의 권력 이양이 자연스레 이뤄질 전망이다.
◆조원태 사장 체체로 전환되는 한진...상속세 이슈 해결 직면
지난 8일 조양호 회장이 숙환으로 작고한 한진그룹은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체제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지난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뒤 16년간 지켜온 자리를 아들인 조 사장이 이어받으면서 그룹 3세 경영체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원태 사장은 현재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오너가 일원이다. 이미 조 회장의 두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일탈로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된 상태다.
조 사장은 우기홍 부사장과 함께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그룹 경영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상태다. 또 당장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 75회 연차총회'라는 데뷔 무대도 마련돼 있다.
조 사장이 조 회장을 대신해 의장직을 수행하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조 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차기 회장직에 오르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회장도 2002년 선친인 고 조중훈 창업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이듬해에 회장직에 올랐다.
다만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보유 지분이 낮아 취약한 지배구조가 경영권 승계시 상속세 문제 해결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질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을 정점으로 대한항공·한진을 자회사로, 나머지 기업들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중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우호 지분은 28.95%(이하 보통주기준)다. 하지만 이 중 조 회장이 17.84%를 보유하고 있고 조 사장의 지분은 2.34%에 불과하다.
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질 수 밖에 없는 상속세(일반 상속세율 50% 단순 적용시)를 지분으로 납부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우호 지분은 20.03%로 줄어들 수 있다. 그룹 지주회사 보유 지분 축소로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외부인사 회장 영입으로 시간 번 금호...아시아나항공 관건
지난달 말 박삼구 회장의 사퇴로 공백이 발생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가동된 가운데 외부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영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외부인사 회장 영입과 관련해서는 인물과 시기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의 장남이자 3세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는 일정기간의 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의 별세로 승계가 바로 이뤄져야 하는 한진그룹과는 상황이 다소 다른 지점으로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는 있는 셈이다.
아직 경영승계가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지배구조도 안정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박 사장은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고속 지분 21%를 보유, 부친인 박 전 회장(31.1%)에 이은 2대 주주다.
하지만 주력이자 알짜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여부가 관건이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할 부채는 1조7000억원이나 되고 총 부채 규모도 6조원이 넘는 상황이다.
박 전 회장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오너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과 대주주의 책임있는 이행 의지를 이유로 자구안 마련을 압박하는 기류가 강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구안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자구책으로 자산 매각과 비수익 노선 정리, 조직개편 등을 추진키로 했지만 회사가 보유한 자산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또 박 전 회장과 박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도 상당량이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가 계속 등장할 수 밖에 없지만 매각시 그룹이 해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등 워낙 비중이 큰 주력 계열사인 만큼 박 전 회장은 결자해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항공 그룹사들이 3세로의 경영 승계를 본격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면서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질 이슈들로 향후 전망은 시계제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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