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현대그룹·남양유업 등 재벌가 3세 마약 파문, 일부 기업 추가로 ‘수사선상’ 올라
소액주주들, 그간 주가 폭락 피해 떠안아…“떠오른 행동주의, 오너에 새 견제장치 역할”
SK그룹·현대그룹·남양유업 등 재벌가 3세 마약 파문, 일부 기업 추가로 ‘수사선상’ 올라
소액주주들, 그간 주가 폭락 피해 떠안아…“떠오른 행동주의, 오너에 새 견제장치 역할”
최근 SK그룹·현대그룹·남양유업까지 창업주의 3세들이 마약 혐의로 입건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한진 등의 오너 리스크가 기업과 주가에 영향을 미친 데 이어 재벌가 3세 리스크까지 잇따라 터진 것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너가의 일탈 행동이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증시에도 긴장감이 조성됐다.
지난 4일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 모씨(31)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황 씨의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 수사 중이었다. 황씨는 2015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1년6개월여 만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남양유업은 “황씨와 그의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오너일가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의혹이 서서히 제기됐던 3월 중순, 종가 64만원대였던 남양유업 주가는 5일 61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기업의 주가는 2013년 100만원에 육박했었다. 당시 남양유업은 물량 밀어내기 등 ‘갑질 파동’을 겪었고 1년 만에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이후에도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이번 사태까지 겹치며 주가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낮추고 있다.
앞서 3일에는 SK그룹 오너가 3세 최 모씨(31)가 대마 구입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에 구속됐다. 최씨는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 손자이자 2000년 별세한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아들이다. 최씨의 마약 공급책인 이모(27)씨는 경찰 조사에서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정모(29)씨와도 함께 대마초를 피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정씨도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이들 관련 기업의 경우, 이미 겹악재로 투자심리가 급락한 남양유업의 사례와는 다르다. 아직은 주가에서도 별다른 영향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부 소액주주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들 투자자는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번 마약 파문 소식을 전하며 악재의 크기를 가늠하고 있었다. 파문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른 재벌가 일부도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총수 일가 중심으로 기업이 돌아가는 우리나라 특성상, 오너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애꿎은 소액주주들이 주가 폭락의 피해를 떠안는다는 점이다.
지난해는 대한항공의 ‘물벼락 갑질 사건’ 등이 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작년 4월 사건이 터진 이후 4거래일 동안에만 상장계열사 시총 3200억 원이 날아갔다. 이 기간 대한항공 주가가 6.13%, 진에어는 5.68%, 한진칼은 3.64% 각각 하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올해 들어 오너가에 새로운 견제 장치가 떠올랐다. 그간 오너 리스크로 부침을 겪은 대한한공은 지난달 주총에서 오너 총수가 연임에 실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올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행동주의’가 부각되면서 파급력이 실제로 나타난 것이다. 증권가도 이번 결정이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조 회장이 직접 이사회 참석을 할 수는 없지만 기존 이사회 멤버들을 통해 대한항공에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오너리스크 해소가 시작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진에어에 대해 “지난해 4월부터 불거진 오너리스크로 실적도 부진했지만 올해는 일부 해소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 폭도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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