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찰 전 납부해야할 입찰보증금 규모 최소 수십억원대에 달해
조합들 입찰조건 문턱 높여 고의 유찰로 수의계약 전환 위한 편법 난무
최근 입찰 전 납부해야할 입찰보증금 규모 최소 수십억원대에 달해
조합들 입찰조건 문턱 높여 고의 유찰로 수의계약 전환 위한 편법 난무
최근 입찰을 마감한 정비사업들이 잇따라 유찰되며 시공사 선정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입찰을 위해 건설사들은 현장설명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했지만, 정작 입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업성 검토가 가장 최우선이다. 사업성 검토로 입찰을 저울질하는 것은 조합 입장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건설업계의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사업지 자체는 사업성이 충분하지만 최근 또 다른 난관이 생겼다고 하소연한다. 입찰보증금에 따른 리스크가 중요한 포인트로 떠오르면서 부터다.
입찰보증금은 입찰 전 시공사가 조합에게 납입해야 하는 일종의 보험과도 같다.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들의 입찰 진정성과 의지를 평가하는 주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입찰보증금이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러 시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현장이 많아졌다.
최근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에 입찰보증금 일부를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납부토록 하는 곳도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조합들이 고의적으로 입찰보증금 부담을 늘려 고의유찰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입찰은 말 그대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입찰을 진행한 정비사업 7곳 중 절반이상이 유찰됐다.
지난 26일에는 경기도 김포 북변5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이 경쟁조건이 갖춰지지 않아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이 사업은 아파트 1950가구를 시공할 수 있는 대규모 사업으로 다수 건설사들의 관심이 커 향후 입찰 결과를 긍정적으로 예측했다.
앞서 지난 5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설에서는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메이저 건설사를 비롯해 총 20개 건설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이곳 시공권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입찰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시공사가 입찰제안서와 함께 내야할 입찰보증금이 100억원에 달한다.
물론 현금이 아닌 1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증권 제출이 가능하다. 이행보증증권은 시공사의 신용도와 재무상태 등에 따라 보증을 받을 규모가 달라진다.
다만 해당 조합은 단지 규모 등을 고려해 2개 건설사 이상 컨소시엄을 혀용하고 있어 입찰보증금 부담은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한 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입찰보증금의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현장의 경우 조합에게 낮춰줄 것으로 요청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곳이 많다”며 “현금을 끌어모는데 한계가 있고, 이행보증증권 역시 수수료가 만만치 않아 부담을 느껴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서울 천호3구역 재건축 3회차 입찰 역시 대림산업만 응찰하며 유찰됐다. 이곳의 입찰보증금은 60억원이다.
두 차례 유찰을 겪은 조합은 입찰보증금을 완화하는 대신 공사비 예상가격을 높여 시공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건을 변경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유찰되는 사업지가 많아졌지만, 조합들은 까다로운 입찰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8일 입찰공고를 낸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의 입찰보증금은 100억원으로 50억원 이상은 현금, 잔여금액은 이행보증증권(보증기간 90일)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합들이 입찰보증금과 입찰참여안내서 수령 등으로 입찰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수의계약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짙다고 평가한다.
수의계약은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입찰 건설사가 2곳 이상이 되지 않아 경쟁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 기존 입찰보다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입찰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수주의지를 보인 건설사를 배제하고 제3의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추진하면서 제도를 악용한 편법 수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시행해 조합의 수의계약 전환이 용이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빈틈이 드러나고 있어 개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수의계약 전환이 과거와 비해 비교적 쉬워지자, 일부 조합들은 입찰보증금을 낸 단독 입찰사를 배제하고 제3의 건설사가 수의계약을 맺는 편법 수의계약이 늘고 있다”며 “정부는 절자를 지킨 선의의 피해 건설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처리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경쟁입찰 조건이 맞춰지지 않아 유찰될 경우 단독 입찰사가 납부한 입찰보증금 회수가 더딘 것도 시공사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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