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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2018 결산] '미투 직격탄' 공연계, 대혼란의 시대


입력 2018.12.30 08:26 수정 2018.12.31 08:30        이한철 기자

'미투 운동' 공연계 강타…이윤택·조재현 몰락

썩은 살 도려낸 공연계, 아픔 딛고 새출발 다짐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몰락은 공연계의 비틀어진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 데일리안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미투'(Me too) 운동이 국내 공연계를 강타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해시태그 운동인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소셜 미디어에 해시태그(#MeToo)를 다는 간단한 행동으로 출발했지만,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국내에서도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거장으로 손꼽히던 극단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의 민낯이 드러나며 평생 쌓아온 그의 모든 명예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이윤택 전 감독은 연극계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으며 결국 공연계에서 퇴출됐다.

이윤택 전 감독은 재판 과정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겼다.
미투 폭로 과정에서도 거짓 사과 논란에 휩싸였던 이윤택 전 감독은 재판에서도 "연기 지도를 위해 꼭 필요한 행동이었다"며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윤택 전 감독은 지난 9월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 18개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또 한 명의 거장 오태석 연출도 성추행 의혹을 받았으며, 에이콤 윤호진 대표 역시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며 공개 사과문을 남기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명지전문대학 연극영상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던 최민용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고, 연극배우 한명구도 성추행 논란에 결국 활동을 중단했다.

배우이자 연극 제작자로 맹활약해온 조재현의 추락은 가장 충격적이었다.

조재현은 지난 2월 '미투' 가해자로 지목받고 연예계 활동을 중지했다. 당시 조재현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태프와 제자, 그리고 재일동포 배우 등 그의 성추문에 대한 폭로가 계속됐다. 조재현은 재일동포 배우의 주장까지 이어지자 "그 누구도 강간한 적 없다"며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조재현의 미투 논란으로 그가 운영하던 수현재컴퍼니는 폐업수순을 밟았다. ⓒ 데일리안

8월에는 MBC ‘PD수첩’이 조재현과 영화감독 김기덕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PD수첩'은 전날 방송을 통해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다방면에서 굵직 굵직한 활약을 이어온 조재현이었기에 대중들의 분노는 더욱 거셌다. 당시 조재현은 과거 그에게 성폭행을 주장하는 재일교포 여배우에 대해서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한 뒤 "여배우의 활동 중단은 뇌물을 주고 방송 출연한 사실이 발각돼 활동을 그만둔 것이지 저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재일교포 여배우와 합의에 의한 성관계"면서 "그 어머니가 협박해 1억원 이상의 돈을 갈취당했으며 최근에는 3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했다. 'PD수첩'은 재일교포 여배우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하여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그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편집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이 워낙 악화된 탓에 법적 책임을 떠나 조재현이 다시 공연계로 복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조재현이 소유한 공연제작사 수현재컴퍼니는 사실상 문을 닫았고, 수현재컴퍼니가 이끌어온 작품들도 당분간 보기 어려워졌다.

잇따른 폭로로 2018년 공연계는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공연계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벌어졌던 악행들을 청산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공연계는 공연제작 환경 개선을 위한 포럼을 진행하는 등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작자와 연출가의 힘이 막강한 공연계에서 피해 사례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무엇보다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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