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과소 지급 분란…법정 다툼 돌입하며 불씨 여전
암보험 요양비 둘러싼 시각차에 보험사-가입자 갈등 확산
즉시연금 과소 지급 분란…법정 다툼 돌입하며 불씨 여전
암보험 요양비 둘러싼 시각차에 보험사-가입자 갈등 확산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올 한해 각종 소비자 기만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특히 즉시연금과 암보험 상품의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왔다는 의혹이 짙어지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여전히 관련 사건들의 불씨가 남아 있는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은 이래저래 보험금을 잘 주지 않으려 한다는 고객 불만에 직면하고 있다.
23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소란을 일으킨 즉시연금은 만기환급형 상품이다. 이는 가입자가 목돈을 한 번에 보험료로 내면 그 운용수익 가운데 일부를 매달 생활연금으로 지급하다가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는 구조다.
생보사들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을 운용하면서 가입자가 낸 원금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 비용을 뺀 금액만 적립해 왔다. 또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고자 매월 지급하는 연금이자의 일부를 떼어내 만기까지 적립하는 방식을 썼다.
그런데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이런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한 갈등이 처음으로 불거진 곳은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었다. 해당 상품에 가입한 한 고객이 상품 가입 시 설명한 최저보장이율에 연금액이 못 미친다며 민원을 제기하면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이 연금을 과소 지급했다고 판단, 제했던 돈을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약관 상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다'고 돼 있을 뿐 연금액 산정 방법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에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5만5000여건을 포함, 생보사 전체 16만건이 넘는 유사 사례에 대해 일괄 구제를 지시했다. 이에 따른 미지급금 규모는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이번 논란은 장기전으로 돌입한 상태다. 삼성생명은 지난 7월 즉시연금 미지급분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 대신 법적 판단을 선택했다. 그러자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역시 삼성생명과 같은 선택을 하면서 즉시연금 파문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생보사들의 보험료를 둘러싼 대립이 벌어진 또 다른 영역은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였다. 이는 지난 3월 암보험 가입자들이 생보사가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금감원에 단체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암보험 약관에는 암의 직접적 치료일 때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요양병원 입원을 이 같은 암의 직접적 치료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민원인들과 생보사의 시각차가 상당했다. 민원인들은 요양병원 입원도 암 치료의 연장이기 때문에 암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생보사들은 암 수술 뒤의 면역력 강화나 연명치료 등을 위한 요양병원 입원은 암의 직접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로 인한 논쟁이 확산되자 금감원과 보험업계는 암보험의 직접적인 치료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우선 암을 제거하거나 암의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그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 임상적으로 통용되는 치료를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정의하고 ▲암수술 ▲항암방사선치료 ▲항암화학치료 ▲이들을 병합한 복합치료 ▲연명의료결정법에 해당하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치료 등을 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다만 면역력 강화 치료와 암이나 암 치료로 인해 발생한 후유증 또는 합병증 치료, 식이요법·명상요법 등 암의 제거 또는 증식 억제를 위해 의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 등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즉시연금과 암보험을 중심으로 이처럼 소비자들의 불안이 늘면서 올해 생보업계 민원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3분기까지 접수된 생보사 민원은 2만1521건으로 전년 동기(2만830건) 대비 3.3%(691건) 증가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올해 여러 상품들의 보험금 과소 지급 논란으로 생보사 전반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보험사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해 상호 간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더욱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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