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52시간 근무…가격인상 도미노
인건비 부담…고용 절벽·자영업자 줄폐업 이어져
최저임금 인상·52시간 근무…가격인상 도미노
인건비 부담…고용 절벽·자영업자 줄폐업 이어져
올해 유통업계를 뒤흔든 화두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10.9% 인상이 확정됐다. 곳곳에서 후폭풍이 일면서 식품, 외식프랜차이즈는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올해 초부터 잇따라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52시간이 도입돼 회식 문화가 감소한 점도 외식프랜차이즈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경기 불황에 인건비 부담이 큰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끝모를 경기 불황으로 한숨이 깊어졌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올해 8월 2013년 이후 5년 만에 흰 우유 1ℓ 제품의 가격을 3.6% 올렸다. 서울우유가 가격을 인상하자 남양우유가 10월 우유 제품 가격을 4.5% 인상했다. 빙그레도 바나나맛 우유류의 가격을 내년 1월부터 7.7% 올린다.
식품업계 가격 인상도 이어졌다. 농심·롯데제과·팔도·CJ제일제당·해태제과 등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농심은 지난 11월 새우깡, 양파링 등 스낵류 19개 브랜드, 54종의 출고 가격을 평균 6.7% 올렸다. 롯데제과는 지난 4월 빼빼로, 목캔디 등 가격을 25%, 14.3%씩 인상했고, 해태제과도 부라보콘을 200원 올렸다.
프랜차이즈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달 19일 대표 제품 '황금올리브'를 비롯해 '써프라이드'와 '자메이카 통다리 구이' 가격을 각각 1000∼2000원 올렸다. 커피 프랜차이즈인 이디야커피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올리는 등 총 14종의 가격을 평균 10%가량 인상했다. 엔제리너스는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를 4,1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리는 등 17개 품목을 평균 2.7% 인상했다. 같은 날 롯데리아는 올해 8월 소프트콘 가격을 40% 올린 데 이어 버거류 11개 제품 가격을 평균 2.2% 인상했다.
업체들은 이번 가격 인상이 인건비와 임차료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직원 줄여 버텼지만 내년엔 폐업행"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업주들은 직원을 줄이거나 기존 종업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만2000명(1.8%) 감소했다. 도매 및 소매업종의 취업자 수가 63만1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가 35만1000명 줄었다.
이미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전체 매장의 절반이 넘는 곳에 무인판매기를 도입한 상태다. 편의점,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를 비롯해 일반 음식점들도 무인판매기 도입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무인판매기 월 대여비용이 약 20만원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적으로 절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내년 최저임금이 또 다시 올면서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까지는 직원을 줄이거나 가족 경영으로 유지해왔으나 또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고사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서울 을지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임대료, 가맹비, 인건비를 주고 나면 순이익이 200만원 남짓인데 내년에는 더 줄어들게 될 것 아니냐"면서 "최저임금 인상 후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여력이 없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1명만 남기고 해고했는데 내년에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며 현실을 외면한 정부에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임시·일용직과 중년층, 영세 자영업자, 업종 등에 대한 지원이 보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명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H씨는 "최저임금은 영업이익이 낮은 영세산업의 실태나 업종별로 격차가 큰 생산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를 고려한 최저임금 지원이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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