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차별? ‘니퍼트법’ 도입 어떨까
니퍼트 등 장수 외국인 선수들 재계약 실패
보유 한도 확대 및 FA 규정 도입 필요성 대두
무려 8년간 KBO리그에 몸담았던 더스틴 니퍼트(37)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kt 위즈는 29일 베네수엘라 출신의 윌리엄 쿠에바스(28)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kt가 외국인 선수 슬롯 3칸을 모두 채움에 따라 니퍼트 역시 자동으로 방출된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 두산과 재계약 협상에서 난항을 겪었고 결국 결별 수순을 밟고 말았다. KBO리그 잔류를 적극적으로 희망했던 니퍼트의 손을 잡아준 구단은 kt였다.
올 시즌 니퍼트는 29경기에 나와 175.2이닝을 소화했고 8승 8패 평균자책점 4.25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였던 두산 시절에 비해 힘은 떨어졌지만, 대신 노련미를 장착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니퍼트다.
하지만 그도 흐르는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재계약 제의를 받지 못했다. 다른 구단들 역시 니퍼트 영입에 관심을 표하지 않으면서 대만 등 해외로 가거나 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허무한 이별이 아닐 수 없다.
니퍼트는 KBO리그 사상 최초로 외국인 선수 100승을 달성한 ‘레전드’ 투수다. 특히 2016년에는 22승을 달성하며 두산 통합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고 MVP로까지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여기에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와 팬서비스 등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귀감이 된 선수다.
그러나 과거 외국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용병’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고, KBO리그는 다시 한 번 존중 없는 리그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게 됐다.
구제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KBO와 10개 구단이 당장이라도 뜻을 모은다면 니퍼트처럼 존중 받아 마땅한 레전드 선수를 붙잡아줄 수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와 FA 규정 도입이다. 이는 일본프로야구를 보면 어느 정도 얼개를 맞출 수 있다.
일본프로야구는 각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한도가 아예 없다. 다만 1군에서는 4명까지 등록이 가능(동일 포지션 구성 안 됨)한데 3명 보유의 KBO리그에 비해 훨씬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라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활약하면 FA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물론 10년을 채울 경우 아예 자국 선수로 전환된다. 과거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알렉스 라미레스와 54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알렉스 카브레라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선수를 하나의 구성원으로 품어주는 일본과 달리 KBO리그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보류권까지 행사하며 '용병'들을 옥죄는 실정이다. 또한 선수들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선수협은 철저하게 국내 선수들로만 선을 긋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올 시즌은 유독 장수 외국인 선수들에게 가혹한 한 해다. 니퍼트를 비롯해 LG 소사, 넥센 해커, kt 피어밴드 등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들이 재계약에 실패했다. 시계를 조금만 앞으로 돌리면 밴헤켄, 옥스프링, 나이트 등도 존중받지 못한 채 사라진 선수들이다. KBO리그가 선진 리그로 가기에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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