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개선은 남 얘기" 무너지는 중소형 조선사
국내 신규 수주 950만CGT 중 중소형 비중 4.6% 불과
경쟁력 약화→재무상태 악화→수주 감소 '악순환'
국내 신규 수주 950만CGT 중 중소형 비중 4.6% 불과
경쟁력 약화→재무상태 악화→수주 감소 '악순환'
조선산업이 선박 환경규제 강화에 힘입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빅3'인 대형사들에 국한된 것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중소형 조선사들에겐 '남 얘기'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누계 국내 선박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5% 증가한 95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이며, 수주액은 39.2% 늘어난 189억9000만달러다. 수치적으로는 개선됐지만 대부분이 대형사 물량이다.
실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중형조선사 2018년도 3분기 동향'에 따르면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올해 9월까지 누적 수주량은 43만6000CGT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줄었다. 전체 수주량의 4.6%에 불과한 것으로, 수주액은 전년 동기 보다 38.1% 감소한 7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중형급으로 구분되는 조선사들은 성동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 한진중공업 등 10개 조선소로 1만DWT(재화중량톤수)급 이상의 상선·특수선 건조능력을 갖췄다.
현재 정상적인 조업·영업활동을 하는 곳은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 등이다. 성동조선의 경우 법정관리를 밟고 있으며 STX 고성조선소를 인수해 신조 사업에 뛰어든 삼강S&C는 탱커 4척을 수주했으나 금융권으로부터 RG(선수금환급보증)가 거절되면서 그나마도 취소됐다.
실질적으로 운영 되는 곳이 적다 보니 수주 실적도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 3분기 수주에 성공한 곳은 대한조선(8척) 1곳으로, 현대중공업(미포·삼호 포함) 52척, 대우조선 9척, 삼성중공업 16척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신조 시장에서 중형 조선사 비중(수주액)은 2016년 9.5%, 2017년 8.2%에서 2018년 3분기 3.9%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형사들의 부진이유로 ▲가격경쟁력 ▲재무건전성 ▲건조능력 한계 등을 꼽는다. 최근 선박 발주는 환경 규제로 LNG등 친환경 선박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중심으로, 중소형사들의 건조능력과는 거리가 있다.
또 경영난에 재무건전성이 약화되나보니 수주를 하더라도 금융권으로부터 RG발급이 어렵고 중국과 일본과의 가격경쟁도 쉽지 않다. 경쟁력 약화→재무상태 악화→수주 감소 사이클이 반복되는 셈이다.
일감이 있더라도 건조가 부진해 수주잔량이 늘어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한다. 3분기 말 중형조선사 수주잔량은 51척(99만CGT)로 전분기 대비 6.2% 증가하면서 2분기 연속 증가추세를 보였다.
중형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영업가능한 중소형 조선소가 줄었고, 금융관련 이슈에 수주 자체가 어려웠다"면서 "만들 수 있는 사이즈가 정해져있다 보니 수주척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양종서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박사는 "RG 발급을 위한 재무건전성이 약해 수주를 놓치다 보니 배를 만들 중소형 조선소가 감소하고, 시장점유율도 줄어드는 셈"이라며 "벌크선의 경우 중국의 가격경쟁력으로 수주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RG 발급 시 회사의 신용도와 재무상황을 더 따지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선박 수익성 보다 회사 상태를 더 깐깐하게 보고 있고 발주처에서도 RG를 철저히 요구하고 있다"면서 "포트폴리오가 축적된 대형사들에게 우선적으로 몰리다 보니 중소형사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경영난 해소를 위해선 군함, 경비정, 특수선 등 정부의 자국 물량 발주로 중소형사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내년 글로벌 조선·해운 시장은 국내에 유리한 LNG선, 컨테이너선 등 수요 증가로 발주량이 올해 보다 13% 늘어난 3100만CGT, 발주액은 22% 많은 820억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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