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해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와 반 트럼프 성향의 인물들에게 폭발물이 든 소포를 발송한 용의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56세 남성인 시저 세이약(Cesar Sayoc)이 체포된 직후 트위터에는 세이약이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임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구호가 찍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있는 세이약의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또 CNN은 이날 세이약이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대중 유세에서 "CNN은 역겹다(CNN Sucks)"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세이약이 체포되던 당일 오전 흰색 밴이 견인되는 모습도 트위터에서 퍼지고 있는데, 해당 차량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구호와 사진, 반 트럼프 성향 인사들에 대한 공격적인 구호들로 도배돼 있었다. 세이약이 트럼프 대통령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다른 정황이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용의자인 세이약이 공화당원이며 1991년 이후 절도와 마약, 사기 전과가 있으며 폭발물 사용 위협 등의 범죄이력도 있다고 전했다.
용의자인 세이약이 체포된 것은 지난 22일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의 뉴욕자택에서 처음으로 폭발물 소포가 발견된지 나흘 만이다.
소로스의 자택에 이어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존 브레넌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배송 주소는 CNN뉴욕지국),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에게 잇따라 폭발물 소포가 배달됐다.
또 25일부터 이날까지 조 바이든 부통령과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과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민주당 고액기부자인 톰 스테이어도 추가로 공격의 대상이 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날까지 발견된 폭발물 소포는 모두 14건으로 늘어났다. 현지 언론들은 세이약이 불법 폭발물 배송, 정치인에 대한 위협 등 5건의 범죄혐의로 기소되면 최장 48년의 징역을 살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폭발물 소포 사건과 관련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며 역풍 차단에 고심하고 있다. 폭발물 소포 공격의 대상이 모두 민주당 또는 반 트럼프 성향의 인사들이기 때문에, 중간선거를 불과 열흘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대통령과 공화당에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백악관에서 수사당국이 용의자를 체포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모든 용의자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 내에서 기소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미국 내에서 정치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상당수 트위터 이용자들은 세이약의 소식을 전하면서 아예 #MAGABomber('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폭파범)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세이약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