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바다모래 수입 기대감 커졌지만 UN제재 완화와 가능성이 문제
준비없는 정부 대처가 갈등 키워, 동남아 모래 수입 대안도 수급 차질
북한산 바다모래 수입 기대감 커졌지만 UN제재 완화와 가능성이 문제
준비없는 정부 대처가 갈등 키워, 동남아 모래 수입 대안도 수급 차질
바다모래 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경협에 따른 북한 바다모래 반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남북공동회담의 정부 수행단으로 방북했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방북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후한 남포·해주항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에 따른 북한 모래 수입 가능성을 밝혀 관심이 더 커졌다.
◇“북한 해주항 바다모래 수입할 수 있을 것” 가능성 시사
김 장관은 “바다모래 채취 문제는 수산자원 보호 때문에 가급적 안 팠으면 좋겠다는 게 원칙적 입장으로, 북한 바다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모래를 채취해 가져올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해주항은 항만으로 제대로 기능하려면 하구 지역의 모래를 준설해 수심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남포항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준설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SOC사업이라 북한이 오랜 기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북쪽의 이익과 바다모래가 필요한 남쪽의 이익이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선 해역조건을 정밀조사를 시작해 보겠다. 남측이 필요한 모래 자원을 수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어민들이 국내 바다모래 채취에 반대하고 있는데, 북한 항만개발에 따르는 준설 작업에서 나오는 모래를 수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남북합의서 내용에 들어있는 한강하구 준설과 관련해 “기초조사를 한 후 필요하면 모래를 채취해 필요한 곳에 이용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연말까지 공동조사를 한 뒤 모래 채취나 수산어로 활동 등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김 장관은 덧붙였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의원도 1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는 모래가 부족한데 어민들이 바다모래 채취허가를 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해주 앞바다에는 모래가 쌓여 준설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급과잉인 우리의 쌀과 바꾸면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북한산 바다모래 반입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가능성을 확신할 수는 없다. 북에 대한 UN제재조치 완화가 선결돼야 하며, 남북경협이 시작된다 해도 북한의 해양환경과 자원수출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문제다. 경협이 본격화되면 북한 내부의 물자도 부족할 텐데 수출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산 바다모래에 주목하는 이유는 올해 바다모래의 수급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18년 골재수급계획’을 보면 올해 전국의 골재 예상수요는 2억3177만㎥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바다모래 조달 물량의 경우 작년 1990만㎥에서 1430만㎥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바닷모래 채취업계 “수급불균형, 건설업계 위기” VS 어민 “어획자원 줄어, 더 이상 안 돼”
바다모래 수급 불균형 문제가 대두되자 관련업계는 이에 반발해 공급 부족에 따른 원재료 상승문제로 인한 건설업계 위기론과 바다모래채취로 인한 어업피해가 미미하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어민들의 입장도 더 강경해졌다. 바다모래 채취 행위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면서 채취가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강력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공표하고 있다.
현재 수협과 어민들이 바다모래 채취로 어획량이 줄어드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반발하면서 남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다모래 채취가 지난해 1월부터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에 지난해 대안으로 거론됐던 동남아 바다모래 수입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자국의 해양환경과 내수상황에 따라 지난해에 비해 올해 바다모래 수출 금지 국가가 많이 줄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바다모래를 전량 수입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싱가폴의 수급상황이 문제가 됐고, 상대적인 최대 수출국가인 필리핀 등의 바다모래 수출은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2배가 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골재채취로 인한 수산자원과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바다모래 채취 때 채취 깊이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바다모래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관련업계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바다모래 모래채취에 따른 지역이나 관리에 대한 초안을 마련하고 규정을 정하는 수순을 진행 중이다.
해양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해수부는 협의의견으로 해양환경영향평가 등 조사가 부족하며, 바다모래 관리규정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내고, 별도로 골재 채취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 골재채취단지 복원 방안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관리주체가 돼야 할 해수부는 협의부처로, 사용에 따른 협의부처가 돼야 할 국토부는 주관부처로 역할이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부처 간 관리영역은 쉽게 바뀌지 않은 채 최소한의 협의만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시적 골재채취 이후 준비 없던 정부, 갈등 키워…큰 틀에서의 접점 찾아야
결국 바다모래 채취에 따른 갈등은 이해관계가 맞물린 업역 간의 문제로 해법은 요원한 상황이다. 대체골재와 수입 등의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른 골재 가격이 문제의 핵심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바다모래를 많이 찾게 되면서 자원고갈과 이로 인한 생태계 문제까지 비롯됐다.
당초 정부가 한시적으로 인가해 준 바다모래 채취를 관성적으로 허용하면서 단계적인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 골재대란과 해양자원 고갈로까지 문제가 번진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이해관계자의 눈치보기가 아닌 적합한 관리와 규정을 정부가 제시해야 하며,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심도 깊은 논의와 접점을 찾아 큰 틀에서의 협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점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