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상승은 일단 '스톱'…진퇴양난 '거래절벽'은 고민
아직은 호가 낮추지 않아…눈치보기에 거래만 실종된 상태
“거래세 낮춰야”…투기 자극 우려‧지방세원 확보 등 걸림돌
“발길이 뚝 끊겼죠. 매도자, 매수자, 임대인, 임차인 다 조용해요. 집주인들은 결국 집값이 오를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고, 수요자들은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으니 곧 조정을 받지 않겠냐는 생각이에요.” (서울시 종로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
정부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9‧13대책, 9‧21공급대책 등 두 차례에 걸친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한 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호가에 곧장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나 양도세중과와 종부세 인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발목이 묶여 거래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보유세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지금 당장은 투기 심리를 자극하거나 지방세원 확보에 암초 등으로 작용할 수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2일 한국감정원의 서울 주간아파트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첫째 주 0.47%까지 올랐다가 대책 발표 직후인 17일에는 0.26%, 24일에는 0.10%까지 상승폭이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래량이다. 거래절벽 상황에서는 적절한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거래 신고일은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로 최근 거래량은 통계에 아직 정확히 반영되진 않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거래가 실종됐다는게 현장의 분위기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요즘 호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급매를 제외하고는 아직 호가를 낮추는 사람은 없다”며 “웬만큼 급한 집주인들은 이미 다 정리했고, 대출도 막히니까 사려는 사람도 사라지고 하니깐 아예 사고팔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종부세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이전보다 무거워졌으니, 거래세를 낮춰 정상적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다. 9‧13 대책 발표 당시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번에 종부세를 인상하면서 양도세 중과 부분은 손대지 않았다”며 “향후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춰야 정상적인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맞지만, 현재 불안정한 상황에서 세제 개편을 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거래가 원활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와 투자금 회수가 쉬워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세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방세의 상당부분이 주택거래에서 나오는데, 거래세가 줄어들면 지자체들도 세제확보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지방자치제를 강화하려는 현 정부 기조 하에서 지방세원 확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원리원칙을 따지면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춰 거래량을 늘려서 수요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지금 당장 그렇게 하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세제정책은 한 번에 바꾸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조금씩 바꿔야 하는 조심스러운 문제다”라며 “일단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후에 거래량이 풍부한 정상적인 시장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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