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상장설 뒤 주목받는 수출입은행
지분율 5.85% 4대 주주…정부에게 받은 주식 10년째 그대로
IPO 시 평가액 3000~4000억 추정…유동성↑ 알짜자산 기대
교보생명의 주식 시장 상장설이 다시 피어오르면서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수은이 교보생명의 지분을 가진 주요 주주 중 하나여서다. 올해 초까지 계속된 조선해양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자본 부담이 커진 수은에게 교보생명의 상장은 유동성 확보에 다소간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수은은 교보생명의 주식 가운데 5.85%인 119만9001주를 보유하고 있다.
수은이 이 같은 지분율은 교보생명 주주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분율 33.78%로 최대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인 코세어(9.79%), 가디언홀딩스(9.05%), 타이거홀딩스(7.62%) 다음이다. 또 각각 교보생명 지분 5.23%씩을 보유하고 있는 KLI인베스터즈와 헤니르유한회사, KLIC홀딩스 등 FI들보다는 많은 지분 보유량이다.
교보생명의 오너도, FI도 아닌 수은이 이처럼 상당한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사연은 15년 전인 2003년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가 사망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83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현금으로 낼 수 없었던 상속인들은 국세청에 현물인 교보생명 주식으로 세금을 납부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손으로 넘어간 해당 교보생명 주식은 5년 뒤인 2008년 주인이 수은으로 바뀌게 됐다. 수은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커지자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던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 출자 형태로 수은에 넘기면서다. 이후 수은은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의 주식을 10년째 그대로 들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지분 가치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말 열린 이사회에서 IPO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5조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보고하고, 현재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에서 교보생명이 IPO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2012년 FI들에게 지분을 팔면서 2015년 9월까지 상장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이 시한을 넘기면서 일부 FI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러다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면서 교보생명의 IPO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1년 시행될 예정인 IFRS17의 핵심은 현행 원가 기준인 보험금 부채 평가 방식이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리 변동에 따른 부담을 보험금 부채에 반영해야 하고, 그 만큼 보험사의 재무 부담은 커지게 된다.
교보생명의 기업 가치는 최소 5조원에서 최대 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2년 FI들에 지분을 매각할 때 교보생명의 기업 가치는 5조20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수익성이 당시보다 크게 개선된 데다 상장 효과가 더해지면 현재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교보생명은 5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80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수은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가치는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수은은 정부로부터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 출자 받으며 1주당 24만750원씩 총 2887억원으로 장부가를 계산, 재무제표에 반영해두고 있다. 교보생명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많으면 1000억원 가까운 평가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단순한 금전적 측면을 넘어 수은에게 교보생명 상장이 더욱 반가울 수 있는 이유는 유동성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아무래도 주식이 상장돼 있으면 현금화가 훨씬 용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까지 조선·해양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자금 출혈로 재무 건전성 악화를 감내해야했던 수은으로서는 교보생명 주식이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상장되면 기존 주주들로서는 유동성이 커지는데다 추가적인 가치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국책은행으로서 각종 산업 부실에 따른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는 수은 입장에서 교보생명 주식은 비상 시 언제든 제 몫을 할 수 있는 알짜 자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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