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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불똥튈라" 보험사 '노심초사'


입력 2018.08.03 06:00 수정 2018.08.03 08:28        부광우 기자

금리 상승세 둔화 가능성 제기…투자 수익률 회복 '먹구름'

커지는 증시 변동성…변액보험 판매 늘린 생보사들 '부담'

미국과 중국 간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무역전쟁에 국내 보험사들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중국 간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무역전쟁에 국내 보험사들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다. 양국 간 갈등의 영향으로 뚜렷한 반등 흐름을 보이던 글로벌 금리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투자 수익률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한 풀 꺾이는 분위기여서 어느때보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변액보험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던 생명보험사들로서는 무역 분쟁으로 인해 출렁이는 주식 시장의 흐름도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세계 주요 금융기관의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달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관세율 인상과 상대국의 보복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켜 총공급 충격을 유발하고, 이는 국제 무역량의 증가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선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 인상이 공급 충격을 유발할 뿐 아니라 투자 지출의 축소 등 총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보험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금리에 미칠 충격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국내 채권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확대와 수출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회복세 둔화는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세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에 비해 올해 들어 만기 20년 이상의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10년 기준 국채금리가 과거 대비 상승하고 있으나 무역 분쟁의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상승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 강화로 인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채권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수출 중심의 국내 경기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무역 분쟁으로 생각보다 금리 상승 추세가 더뎌질 경우 보험사들로서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었던 보험사들로서는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장기적으로 이어진 저금리 기조 속에서 투자 수익률 회복에 난항을 겪어왔다. 국내 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운용자산이익률은 3.38%로 전년 동기(3.45%) 대비 0.07%포인트 떨어졌다. 이 같은 보험사들의 투자 효율 악화는 수년째 계속 돼 오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의 최근 5년 간 운용자산이익률은 ▲2013년 4.22% ▲2014년 4.02% ▲2015년 3.66% ▲2016년 3.45% ▲2017년 3.35% 등으로 계속 하락해 왔다.

국내 보험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투자를 통한 이익 창출이 경영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은 금리 상승 억제에 따른 보험사들의 고민을 더욱 키우는 요소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보험영업이익은 8조7492억원으로 전년(17조4366억원) 대비 49.8%(8조6874억원)나 줄었다. 대신 같은 기간 28조918억원에서 29조1801억원으로 3.9%(1조883억원) 늘어난 투자영업이익은 보험사 실적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더불어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함께 커지고 있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생보사들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증시의 불안은 이를 기반으로 한 변액보험 관리 부담을 확대시킬 수 있어서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채권이나 주식 등과 연계된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생보업계의 대표적인 투자 상품이다.

특히 최근 변액보험 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던 생보사들로써는 증시 불안정이 계속될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생보사들이 변액보험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1조9563억원으로 전년(1조2815억원) 대비 52.7%(6748억원) 급증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변액보험 영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은 2021년 보험업계에 도입되는 IFRS17의 영향이 크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보험사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이 같은 IFRS17이 적용돼도 보험사 입장에서 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저축성 상품처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 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투자 상품이어서 보험사의 부채가 크게 늘지 않는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여건 속 미국 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부정적 전망이 금융 시장을 통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조속히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분쟁으로 장기금리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험사는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주가 하락과 변동성 확대는 변액보험과 변액연금에 대한 보험사의 보증준비금 부담을 확대시킬 수 있어 주가변화에 대한 헤징 빈도수 증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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